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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대담 : "오바마, 북한과 직접 대화 결심 굳힌 듯" (프레시안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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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북한과 직접 대화 결심 굳힌 듯"

[정세현의 정세토크] "북핵 해결 위한 6자회담 임박했다"

기사입력 2013-06-23 오후 6:13:17
 
 
6월 들어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6자회담이 임박한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 총장은 지난 16일 북한의 북미협상 제안 이후 미국, 중국, 북한 등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미국도 대북 협상에 나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면서 이와 같이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북한 간에 협상 시작을 위한 물밑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북미회담 제의 다음 날인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G8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북아일랜드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0분간 대화한 것(구체적 통화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한 전화 통화에서 "최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 것, 그리고 북한 김계관 제1부상이 18일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외교 분야 고위 관리들을 연달아 만났고 곧이어 러시아까지 방문하겠다고 발표한 것 등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이 무르익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16일 이후 관련국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미국은 북한과 대화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협상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얘기됐던 '2.29+알파'에 대한 것도 이미 논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이러한 물밑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국은 이런저런 조건을 붙임으로써 협상 재개에 제동을 걸려고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보다는 흐름을 따르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또 이번 주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때늦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주문하기보다는 이제는 오히려 한중 양국 간 경제 관계 진전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 정세현 원광대 총장 ⓒ프레시안(최형락)

"오바마-박근혜 통화, 북미회담 수용의 신호"

프레시안: 지난 3~4월이 북한과 한미 간 대결의 시기였다면, 6월에는 대화 및 협상과 관련한 여러 시도와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6월 6일 북한이 제안한 남북대화는 아쉽게도 '격' 문제로 무산됐지만 이후 북한은 16일 미국에 대해 북미대화를 제의한 뒤 그것의 성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베이징을 방문했고 곧 러시아까지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편 한미일은 19일 워싱턴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했고, 우리 측 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 회동에 이어 21일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관련국들의 치열한 외교전이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중요한 것은 이런 움직임 속에서 과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전환점이 만들어질 것이냐가 아닌가 합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정세현: 북한이 북미 대화를 제안한(6월 16일) 직후인 6월 1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G8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북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동 중인 비행기에서 전화를, 그것도 미국 대통령이 먼저 우리 대통령에게 걸어 왔다? 이건 미국이 뭔가 한국 정부에 긴급하게 알려줄 사항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청와대는 두 정상 간의 대화에 대해 20분간 통화했다는 것과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만('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소개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미중 정상회담 얘기도 했다는 설명이 짧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이 언제 끝났는데(6월 7일), 그리고 한미외교 채널로 이미 더 설명이 끝났다고 봐야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열흘 후에 미중 정상회담 얘기를 왜 직접 다시 합니까?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주목되는 대목이고, 이건 우리한테 말을 안 해준 뭔가가 미중 정상회담 때 있었다는 얘깁니다.

지난 4월 13일 중국에 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미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6자회담을 열어야 하고 이를 위해 2자회담이나 4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6월 16일 북한의 북미회담 제의를, 케리가 얘기한 2자회담을 북한이 받은 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그것도 비행기 안에서까지 전화를 걸어 온 것을 저는 미국이 북한의 제의에 응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였을 거라고 보는 거지요.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이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화를 하기는 하되 과거처럼 협상만능론에 입각해서 북한에 끌려다니는 대화를 하면 안 된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지금은 대화에 나갈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대화 재개 분위기에 제동을 거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전자로 봐야겠죠.

또한 "대화를 위한 대화는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코멘트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뭐라고 대답했는지 아직 청와대가 밝히지 않고 있는데, 전후 맥락을 보면 미국은 대화에 나서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박근혜-오바마 통화 하루 뒤에 북한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에 들어갔죠. 그전에 이미 베이징에 가겠다는 발표도 했었고. 북중 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고, 그전에 미중 간에(미중정상회담 후에라도) 깊숙한 얘기가 진행됐기 때문에 오바마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렇게 볼 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이 미중 간에는 준비가 되어 나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보면, 발표가 안 되어서 그렇지 미중 정상회담, 또는 그 이후에 6자회담 전 단계로 북한이 북미회담을 요구하면 미국은 그것을 들어주고, 그걸 토대로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자고 미중 간에 조율이 된 것 같습니다. 요컨대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은 6자회담이 임박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김계관 제1부상이 러시아에도 간다고 공표한 것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라고 봅니다.

"북미회담 결과에 따라 6자회담 시기가 결정될 것"

프레시안: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건 북미대화와 6자회담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하는 겁니다. 우리 정부는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2.29합의'보다 좀 더 진전된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정세현: 작년 2월 29일 미국과 북한이 2.29합의라는 걸 했습니다. 미국이 24만 톤의 대북 영양 지원을 하면 북한은 그 대가로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고 영변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합의 이후 2012년 4월 12일 북한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그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2.29+알파'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북미대화와 6자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는 최근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퇴로를 여는 움직임 같습니다. 그동안 '격 문제'로 남북 회담이 무산된 일이나,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선 안 된다"고 얘기한 것 등 최근 한반도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것을 만회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알파'를 북한에만 요구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그걸 그대로 받을까요? 그러려면 미국도 뭔가를 더 하라고 할 겁니다. 모든 외교에서 상호주의가 기본이니까요. 분유 24만 톤 받고 미사일 발사 유예하고 우라늄 농축 중단하기로 한 건 북한으로서는 아주 싸게 약속을 한 것이었어요. 분유 24만 톤 주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미국이 믿었다면 그건 큰 착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2.29합의'는 곧 깨질 운명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미국이 어설픈 합의를 해 놓고 그것이 이행되지 못한 책임을 북한 쪽에 넘길 수 있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북한이 4월 12일에 김일성 탄생 100주년(4월 15일) 기념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발사는 실패를 했고, 8개월 뒤인 12월 12일에 발사해서 그건 성공을 했죠. 12월 12일에 로켓을 발사한 건 오바마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장차 있을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 한 것도 있고, 4월 발사 실패에 대한 만회 차원에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29+알파'에서 '알파'라고 하면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 복귀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가 이걸 요구해서 북한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모양새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실은 미중 혹은 북미 간에 이미 얘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북한이 "'플러스 알파' 약속할 수 있다. 그 대신 미국도 더 이상 구구한 조건 달지 말고 바로 나와라"라고 치고 나갈 수 있는 거죠.

그러지 않고는 '2,29합의' 내용을 뻔히 아는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19일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얘기를 무슨 근거로 했겠습니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케리 미 국무장관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이 '2.29+알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케리 국무장관이 4월 방중 당시 얘기한 '2자회담이나 4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했던 발언을 떠올렸을 것이고, 그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움직임을 미국에 전하며 거기에 대해 호응할 것을 주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오바마 대통령-박근혜 대통령 전화 통화의 배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컨대 6자회담은 열린다고 봐야 하고 그전에 북미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북미회담에서 어떻게 판이 짜이느냐에 따라 6자회담 시기가 결정될 것입니다. 북미회담에 응하고자 하는 미국에게 우리 정부가 이것저것 요구를 많이 하면 그 회담은 빨리 열리지 못하고, 그냥 놔두면 의외로 빨리 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29+알파'라고 조건을 제사해놓고 그 조건을 내용면에서 사실상 '+베타'까지 제시하게 되면, 지난번 '격' 때문에 무산된 남북회담처럼, 성사되려다 마는 수도 생길 수 있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 후 성과 없는 오바마, 북미회담 유연하게 할 것"

프레시안: 우리 정부의 속내는 아직 알 수 없다는 말씀 같기도 한데, 미국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하려고 할 걸로 보십니까?

정세현: 6월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핵무기를 3분의 1로 감축하자고 제안했다가 한 방에 거절당하지 않았습니까? 러시아 입장에서는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 핑계 대고 있지만, 사실상 러시아를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MD)부터 없애라"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겁니다. "핵무기 감축하자고 하면서 MD는 MD대로 하고 있지 않느냐"는 식으로 미국의 진정성에 의심을 가졌겠죠. 미사일 방어(Missile Defence). 명칭은 '방어'지만, 방어가 공격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입니다. 상대 국가의 미사일이 날아오는 줄 알고 방어하기 위해 쏘았다고 하면 그게 바로 공격이죠.

미국이 동북아에서 북한의 핵 활동을 구실로 일본이나 한국에 MD 체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못마땅한 상황이고, 소련 입장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핵을 핑계로 유럽 쪽에 MD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에 대해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가 푸틴에게 핵무기를 3분의 1로 감축하자고 했으니 그게 진정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취임 초 '핵무기 없는 세상'을 건설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 뒤에 이렇다 할 평화 업적도 없는데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건설하겠다는 약속으로 노벨 평화상부터 미리 받았지만 핵무기 감축과 관련해 실제론 아무런 업적도 없는 오바마로서는 동아시아 쪽에서라도 핵과 관련해 실질적 진전을 이루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푸틴에게 거절까지 당했으니 오바마로서는 이제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내서 핵 관련 분야에서 약간의 성과라도 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북미회담에 대해서도 미국이 상당히 유연하게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이나 중국에 이러저러한 요구를 덧붙이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예를 들어 이번 주말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난데없이 중국더러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나오도록 도와 달라는 등 중국 역할론을 또 주문하는 건 한물간 레퍼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방중 기간에 박근혜 대통령이 베이징에 이어 시안(西安)까지 방문한다는 것은 한중 경제 협력을 심화,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아주 방향을 잘 잡은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보다 경제 협력 쪽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북핵 문제는 미중 간 이미 조율이 끝난 것 같고. 북중도 이미 얘기를 끝냈기 때문에 김계관 제1부상이 러시아까지 가는 것 아니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을 또 제기하는 건 '사또 떠난 뒤 나팔'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 북미회담 제의하고 중국이 미국 흔들게 하려는 전략"

 
▲ 정세현 원광대 총장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총장님의 관측으로는 6자회담이 임박했고, 그전에 북미회담이 예상된다는 말씀이신데요.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언론 보도만 보면 그런 기미가 잘 안 잡힙니다. 이달 초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언론 보도는 거의 없었고요. 6월 11일 남북실무회담이 무산된 데 대해서도, 북한이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으려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낮아 보이니까 판을 깬 것 아니냐고 관측하셨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북한의 움직임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의 북한의 움직임의 배경이랄까 동기는 무엇입니까?

정세현: 북한이 이렇게 최근 정세를 판단했다고 봅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회담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로서 남북회담을 제의했다, 그런데 미중 정상회담에서 남북회담을 밀어주거나 북미회담에 대한 희망을 주는 얘기가 안 나왔다. 그렇다면 지금은 '격' 문제로 남쪽과 밀고 당길 필요가 없다. 그 시간과 힘을 차라리 북미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쓰자. 북미회담을 직접 제의해 놓고 중국이 미국을 흔들도록 하자".

이렇게 입장을 정한 뒤 김계관 제1부상이 중국에 간 것이라고 볼 수 있죠. 가기 전에 이미 신호를 줬을 겁니다. "미국이 이미 2자회담 얘기도 한 상황에서 그 수순을 밟기 위해 남북회담 제의를 했는데, 그게 안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서울을 건너뛰어 워싱턴으로 바로 가려고 한다"고 말이지요. 이와 관련해서 '플러스 알파'를 시사하면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부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북미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전례로 봐서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조바심 나서 나올 수박에 없도록 하기 위해서 핵실험이든 미사일 발사든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되면 중국이 또 한 번 스타일을 구기게 되지요. 북한의 행동 패턴을 알기 때문에 이번에 중국도 체면 상하지 않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북미회담 먼저 하고, 이후 6자회담으로 가려고 할 것입니다. 처음부터 6자회담을 하기 전에 2자회담에서 큰 방향의 약속을 받아 놓고 6자회담에 나가려고 할 겁니다. 예컨대 "미국이 2자회담도 하고 4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4자가 관련되는 평화협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은 북한에게 무엇을 줄 것이냐? 이런 데 대한 보장을 해주면 6자회담에 나가겠다. 미국 주도의 한반도 비핵화 모양새를 만들어주겠다. 그러기 위해서 2.29+알파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해줄 수 있다"고 북한이 밝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일부가 21일 기존 남북당국회담 제의가 유효하다고 밝혔더군요. 개성공단 원부자재 반출을 위한 실무회담이라고 의제나 격을 못 박지 않고 그냥 당국간 실무회담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움직임도 우리 정부가 6자회담이나 북미회담으로 가는 분위기를 감지해서, 남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을 덜고 북한이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선호 기자회견, 미군 주둔을 전제로 한 평화협정 요구한 것"

프레시안: 우리 시간으로 22일 새벽, 뉴욕 현지 시간으로 21일 오전 11시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중대 발표를 한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에 관한 중대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내 언론들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보는 것 같던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일단 저도 기자회견 전문을 보지 못하고 언론 보도를 통해서 요지만 접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보도된 내용만을 근거로 분석하는 것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신선호 대사의 기자회견에는 크게 두 가지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의 대북 위협이 지속되는 한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유엔사령부를 해체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얘기는 6월 16일 북미 고위급 회담 제안 당시 말했던 내용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이른바 자위력으로서 핵무기를 가져야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유엔사령부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요구인데, 1974년부터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을 끈질기게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가 정전협정 체결 딱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때마침 북미회담을 제의해 놓고 김계관 제1부상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와중에 6.25가 가까워지니까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미군이 쓰고 있는 유엔사 모자를 벗으라는 얘기를 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해서 날을 잡은 것 같습니다. 특이한 것은 '유엔사령부 해체'는 요구했지만 '미군 철수'라는 표현을 안 썼다는 겁니다.

북한이 말한 '유엔사령부 해체'는 곧 '미군 철수'를 의미한다고 보도하는 언론 매체도 있기는 하던데, 두 가지는 동의어가 아닙니다. 미군 철수를 고집하면 미국이 평화협정을 절대로 안 들어줄 것이라는 것을 북한도 안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과 유엔사 모자를 벗은 미군의 주둔을 맞바꾸려고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즉 미군 주둔을 전제로 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2000년 10월 25일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이미 했던 얘기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렇게 얘기했다고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회고록에 썼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군은 동아시아 질서의 안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만 되면 미군 문제는 더 따질 것이 없다." 미군이 한반도에 남아 있어도 좋다는 요지의 발언인데, 올브라이트 회고록 465쪽에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의 기자회견 핵심은 평화협정 해달라는 것이고, '미군 철수' 대신 '유엔사령부 해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미군 주둔을 전제로 평화협정 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이번 기자회견의 핵심이며 앞으로 주목해야 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북미회담이 성사될지도 모르는 시점에서, 그리고 평화협정을 위한 4자회담까지 열고 싶은 상황에서, 미군 주둔이라는 미국의 국가 이익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거라고 봅니다.
/임경훈 서해문집 편집인(정리) 메일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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