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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통일)

"흡수도 붕괴도 가능성 없지만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박한식교수 등 인터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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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북한연구자 박한식 교수 “흡수도 붕괴도 가능성 없지만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인터뷰 1)

경향신문(2014-03-12)

 

 

‘통일대박’을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2월 초 북한에 다녀온 재미 북한연구자 박한식 조지아대 석좌교수(74·사진)는 경향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들어 북한도 평화통일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고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대박’이란 표현은 북한을 잡아먹겠다는 의미로 여겨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통일의 당위가 아니라 방법”이라며, 흡수통일, 붕괴에 의한 통일, 전쟁에 의한 통일 가능성이 모두 낮다면 결국 개성공단 협력 10년의 모델을 확대해나가는 식의 통일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7일과 11일 전화 통화로 이뤄졌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북한에 6개월만에 다녀왔다. 그 사이 장성택 사건이 있었는데, 김정은 권력의 약함의 반영인가, 강함의 반영인가.

 

“학자로서 거기에 대한 생각은 복잡하다. 우선 장성택 사건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 얘기만 듣고 앞으로 계속 숙청이 있고 불안정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장성택이 처형된 것은 그 나라 정통성과 체제 유지에 저해되는 요소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 중앙, 즉 김정은에게 불복하고 항명한 것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하더라. 그러다가 수산물 이권 얘기까지 나왔다. 체제가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이, 사실 내가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해서 미국에 사는 만큼 내 가치관은 체제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은 그 체제의 장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장성택 처형은 그런 불편함을 수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그것은 약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게 생기면 누구인지를 불문하고 가차없이 처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봐서 명령 계통이 잘 서 있다는 것을 나름대로 과시한 것이다. 그렇게 보면 약한 국가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번에 다녀오고 든 생각은.

 

“경제발전이 국론이 되어있더라. 다만 장성택 방식으로는 절대 안된다고 정리된 것 같다.”

 

-장성택 방식은 무엇이고, 그러면 어떤 식으로 가겠다는 것인가.

 

“장성택 방법은 자본주의 방법으로 사유재산, 개인주의 방법이다. 장성택은 자기가 국가 이름으로 거래하면서 자기 재산을 중국은행에 축적한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사유재산을 위해 착복하려는 심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것은 자본주의라기보다는 부패 아닌가.

 

“그 체제로 봐서는 부패다. 그러나 자본주의 방식으로 하는 경제성장이 있지 않겠나. 자본주의,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중국식 모델도 자유방임주의적인 자본주의는 아니지 않나. 중국식 모델도 사실 굉장히 복잡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북한에서는 하나는 전체를 위해 존재하고 전체가 하나를 위해 존재한다. 개인주의는 북한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장성택의 제일 큰 죄가 개인주의다. 개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요소가 나타났고, 더군다나 상당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거북한 존재가 되었고, 일종의 혹으로 인식돼 제거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 들어 북한도 평화통일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고 하는 것 같다. 다만 우리는 통일의 당위성만 얘기할 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가 빠져있다. 통일 방식에는 흡수통일, 붕괴에 의한 통일, 전쟁에 의한 통일, 통일하지 않고 현상유지하는 것 등이 있다. 그 이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통일해서 경제적으로 대박이 될지 소박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 붕괴에 의한 통일, 흡수통일은 실현가능성이 낮은 것 같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고, 남쪽이 흡수하려면 더 복잡하다. 남쪽의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동독은 구 소련이 꽉 잡는 상황에서 버티다가 소련이 무너지며 흡수됐다.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서독 경제가 동독보다 훨씬 컸고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남한의 경제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큰 나라다. 통일 이후 짐이 너무 무거운 것이다. 그렇게 통일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남쪽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다. 북한은 누가 꽉 잡고 있다가 해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흡수되지도 않고, 설사 흡수된다 하더라도 사회적, 경제적 불안을 감당하기 어렵다. 북한은 흡수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 마찰되는 체제다. 붕괴는 리비아가 쓰러지듯이 임플로젼(implosion), 컬랩스(collapse)가 일어나 제대로 폭삭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북한이 지금 당장 붕괴한다고 가정해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것을 하나의 유형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면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이 관할하려 할 것이다. 즉 독일처럼 흡수되면서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붕괴가 먼저 오고 이후 모종의 국가 체제가 형성되는 식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붕괴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왜 그런가.

 

“정통성이 없어져야 붕괴한다. 경제난으로 붕괴되는 나라는 없다. 북한은 정통성이 굉장히 강한 나라다. 정통성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경제가 정통성 유지에 도움은 되지만 정통성은 기본적으로 상징적 가치관으로 유지된다. 미국이나 한국은 참여민주주의, 자본주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로 정통성을 부여받는다. 북한도 다른 의미에서 상징적 이념이 굉장히 공고하다. 주체사상과 민족주의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가 이렇게 나빠도 국가의 정통성, 정체성 위기는 경험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붕괴될 가능성이 없다. 어떤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붕괴될 것 같으면 북한은 몇 번이나 붕괴됐을 나라다. 지구상의 어떤 나라가 많은 사람을 공격하면서 정통성을 유지하겠는가. 경제로 정통성 유지하는 나라가 아니고 이념, 정치적 가치관으로 유지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북한 내에서도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던데, 이념으로만 정통성이 계속 유지되겠는가.

 

“통제되는 시장이다. 중국도 경제적으로 자본주의가 다 됐지만 공산당이 잡고 있다. 북한이 자본주의적 요소, 경제성장을 하는데 중국의 패턴을 답습한다고나 할까. 그런 정책을 내세우면서 경제특구로 나아가고는 있다. 경제특구에서 시작해서 자본주의 경제적 요소, 사유재산적인 요소가 도입되고 정보 공유가 되면 사회 변천이 일어날 것이다. 다만 그 변천이 체제를 붕괴시킬 것인가. 우리가 방정식을 그렇게 쉽게 만들 수는 없다. 중국도 그렇게 개방되어서도 공산당이 정치적 안정을 위협 당한 적이 아직 없다. 우리가 쉽게 시장경제가 되고 하니까 체제가 완화되고 해서 붕괴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하는데, 그것은 북한 체제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그러면 통일은 어떻게 와야 한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시나리오들 중 전쟁이 남는데 전쟁은 일어나면 안된다. 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나는 흡수도 붕괴도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지만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작년 봄에 일어날 뻔했다. 하지만 전쟁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분단 상태로의 현상유지다. 그런데 꼭 현상유지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이 쪽은 계속 북한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개혁개방 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기대하지만, 저 쪽은 죽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 60년 시간이 흘러왔다. 이것을 계속한다는 것은 결론이 나지 않고 군사적 비용만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한, 미국의 군사적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것이 계속 유지되기 어렵다. 현상유지로 전략적 인내를 하고 있지만 상황이 더이상 인내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현상유지는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 흘러가는대로 두는거니까. 그렇게 본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다. 지금까지 60여년 이혼했던 부부가 다시 합쳐서 한지붕 아래 살게 되는 것에 비유해보자. 집을 하나 짓고, 침실이나 부엌은 같이 쓰지 않아도 된다. 그 이외에 같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가령 거실이 있다. 오며가며 스치고 서로 부닥치고 하면서 좋든 나쁘든 상호 이해도 깊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점점 넓어질 것이다. 그렇게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개성공단에 10년동안 있었다. 개성공단은 남쪽은 남쪽대로 득을 보고, 북쪽은 북쪽대로 득을 봤다. 그것을 10년이나 했다. 거기서 생산된 양이 얼마나 많은지 국민들은 잘 모른다. 5만명 넘는 북측 사람들이 남한의 공장을 위해 모든 걸 코치 받으면서 협력해서 득을 보고 있었다. 이걸 누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가. 그리고 올림픽 단일팀도 구성할 수 있다. 건강 의료 협력도 할 수 있다. 북한은 고려의학이라고 해서 동양의학이 있고, 한국은 서양의학이 발달했으니 서로 배우면서 종합적 의료 사업이나 연구개발도 가능하다. 생각하면 여러 가지가 있다. 서로 득 볼 일을 개발하고 그 공간과 기능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통일의 방법이다.”

 

-연방제 통일을 의미하는가.

 

“연방제라고 이름 붙이면 남쪽의 90%가 보지도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개성 모델이라고 하는 것은 연방제 통일도 아니다. 개성 모델을 심화시키고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그것 밖에는 통일할 길이 없다. 남북의 이질적 체제를 동질화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 한다고 하면 모두들 동질화라고 생각한다. 이질을 수용할 정서와 아량, 문화가 필요하다. 수용한다면 상대방의 다름을 알고 수용해야 하니까 남북이 어떻게 서로 다른지, 현실을 긍정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은 해야 된다. 남북한이 지금까지 60년동안 같은 민족으로서 아직 언어와 유교적 문화라는 동질성이 적잖이 있긴 하다. 하지만 60년간 헤어져 있으면서 의식구조나 가치는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아주 다른 정치 체제를 오랫동안 경험했기 때문이다. 남북을 놓고 보면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한 민족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경험은 기회를 낳고 기회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민족의 폭넓고 깊은 경험을 보면 세계에서 누구보다 더 지혜로운 민족이라 볼 수 있다. 우리 통일이 역사에 모델이 없었다고 해도 지혜롭게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전쟁과 같은 나쁜 경험도 있었지만 슬프고 나쁜 경험만 생각하지 말고 경험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새로운 통일 모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 핵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핵을 포기하라고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데, 북한이 말을 듣고 해결될 문제였으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체제가 살려고 저렇게 고생하며 핵무기를 개발했는데, 포기하라고 하면 포기하겠나. 미국은 제국 패권 의식, 그리고 기독교 선민의식이 있어서 우리는 선하고 북한은 악마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 얼마 전에 존 케리 국무장관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렇게 얘기하기 시작하면 평화는 어렵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종교, 역사적으로 대국 근성이 있지만 한국은 북한에 대해 대국 근성을 가질 수가 없다. 전쟁이 일어나면 둘 다 죽게 되어 있다. 전쟁이 나도 한국이 꼭 이기리라는 보장도 없다. 사람 죽는 걸로만 따지면 한국이 지는 것이다. 좀더 현실적인 정책, 전략이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이 북한더러 신뢰구축을 제안한 것은 바람직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뢰구축을 하려면 다른 사람이 나를 신뢰하기 전에 내가 그를 신뢰할 아량이 있어야 한다. 진정성을 보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기만성만 보여왔다는 말 아닌가. 신뢰구축은 속을 생각을 하고 하는 것이다. 개인 사이의 일도 그렇지만 신뢰를 배반 당하는 쪽보다 배반한 쪽이 사실 더 괴롭다. 나도 살아오면서 그렇게 느꼈다. 서로 속는 셈 치고 신뢰해야 진정한 신뢰가 쌓이는 법이다. 김정은이가 상호비방 중단하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폐기하라고 했다. 나도 북한 가서 설명했지만, 연합훈련 폐기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하지만 그들도 국내외적 필요에 의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호비방 하지 말자는 것은 얼마나 좋은 얘기인가. 그걸 진정성 없이 했다고 하니까. 거기서는 한국이 한방 얻어 맞았다. 북한이 남한 비방하는 확성기를 없앴다. 그리고 박근혜 등 지도부를 비방하는 것도 없어졌다.”

 

-북한 얘기를 주로 대변하는 연구자라는 비판에 대해.

 

“나도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다. 북한을 선호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신뢰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신뢰하면 신뢰로 돌아온다. 북한은 핵으로 한국을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 미국을 공격할 능력도 없다. 괜히 군사산업 쪽이 앞장서서 북한을 마치 군사대국화인 것처럼 만드는데, 그래야 군사산업을 계속 확장할 수 있고, 한국에 미국 무기를 계속 팔 수 있으니까 군사산업 종사자들이 그걸 밀고 나가는 것이다.”

 

-통일 한국의 모습은.

 

“남북이 같은 천막을 세워놓고 ‘유나이티느 피닌슐러 오브 코리아(United Penisula of Korea)’라는 이름을 달았으면 좋겠다. 번역하면 ‘통일한반도’ 쯤 되겠다. 그게 국명이라기보다 일종의 엄브렐러(umbrella) 같은 것을 하나 세워놓고 경제 교류, 스포츠 교류를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올림픽에 단일팀을 내보내면 좋겠다. 평창 올림픽은 아직 4년이 남았지만 단일팀을 만들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베 신조처럼 되먹지 않은 정권이 나오면 남북한이 공동으로 규탄해야 한다. 지금도 북한은 북한대로 규탄하고, 남한은 남한대로 규탄하고 있다. 그것을 공동으로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올림픽 단일팀을 하면 응원이라도 한목소리로 하지 않겠나. 파란색으로 그려진 한반도기를 올림픽 때 국기로 사용한 적도 있지 않나. 그런 노력이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한발씩 한발씩 필요하다. 처음부터 거대한 통일은 있을 수 없다. 헌법 조문 한 줄 어떻게 쓰겠는가.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통일은 절대 용납될 수 없고, 김정은이도 사회주의 아닌 통일을 절대 용납할 수도 없다. 김일성 때 고려연방제를 얘기했는데 그것도 이제 이름 뿐이다. 6·15 공동선언에서 연방제 통일에 합의는 했지만, 그게 문구는 좋은데 실제로 한발자국 나간 게 없다. 물론 개성이 있긴 하지만 개성은 6·15선언의 산물이 아니다. 정주영 회장이 소 500마리 몰고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서 생각해서 낸 것이 개성공단이다. 내가 그 때 평양에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 김대중 대통령이 너무 자신의 업적으로 돌린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은 통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아직 남쪽에서도 통일이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피력이 안됐다. 자유민주주의 틀 안에서 통일되면 상당한 경제적인 이득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정도로 생각해보자.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지하자원, 남한의 시장, 노하우를 활용하면 국가 민족 중흥을 이룬다는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철저하게 연방제 통일을 생각하고 있다. 6·15 때 우리 그렇게 하자고 두 정상이 만나서 합의했다. 북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과 달리 통일의 염원이 굉장히 높다. 여론조사 결과는 없지만 100%가 통일을 원한다고 답할 것이다. 남쪽은 80% 이상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한다. 북한은 어떤가 싶어서 나도 갈 때마다 확인해본다. 북한은 통일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반민족주의자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연방제 통일이 김일성 때부터 통일의 방향이고 남한을 군사적으로 점령해서 공산주의 통일 하자는 것은 없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공산주의 통일은 있을 수 없다. 두 체제와 이념을 그대로 지킴으로써 연방정부를 만들고 연방정부의 역할을 헌법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있을 뿐이다.”

 

-통일대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던가.

 

“대박이라는 것은 북한을 잡아먹겠다는 것이니까 나쁘게 생각한다. 남북관계는 말 한마디라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응이 어떻게 나올까 충분히 생각하고 던질 필요가 있다.”

 

-4월 중 트랙 1.5 회의를 준비 중인데, 미국 정부가 북한 인사들에게 비자를 내줄 것으로 보나. 덧붙여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하자면.

 

“2년 반 전에 유사한 회의를 미국에서 했는데, 당시 한국이 MB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국무부는 북한 고위인사들에게 비자를 다 줬다. 미국이 민주주의 사회인데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정치 체제,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자를 내어줄 것으로 본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통일된 정책이 없다. 행정부 안에도 갈려져 있고 정가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북한에 대한 태도는 많지만 정책은 없다. 북한이 악마적이라든지, 인권은 없고, 이 세상에서 존속할 가치가 없다는 식의 태도 말이다. 그 태도에 맞게 하려면 가서 묵사발을 만들어야 하는데 군사적으로 공격해 지도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을 아무리 보수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정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평화적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는 하지만 핵을 둔 상태에서 국교 정상화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핵 포기를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이 없다. 당위적으로 북한은 핵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태도만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나쁜 놈이고,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은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갖고 있고 누구나 그걸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현실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에 핵을 포기하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적지않은 연구와 정책,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은 그게 없다. 핵 실험할 때마다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고 제재를 올리는 것 이외에는 하는 것이 없다. 이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군사산업에만 도움이 된다. 그 사람들에게는 지금 이 상태가 제일 좋다. 미 의회가 군사산업 로비스트에 포로가 돼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오바마 행정부가 3년 남았는데, 북한은 그래도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에 관심이 있지 않을까.

 

“북한은 미국 일각에 합리적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미국은 다양한 사회이니까. 북한이 미국 내 그런 목소리를 좀더 권장하려 애쓸 것이다. 미국도 중요한 인사들 가운데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북한이 희망하는 것은 그런 목소리가 커져서 정책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최근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다시 유엔에서 결의 위반인지 논의되고 있는데.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으면 더 낫지 않았겠느냐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으로서는 동해에서 그렇게 반대하는 군사훈련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리 없고, 거기에 대한 일정한 불만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기들의 위신, 주권국가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겠다는 상징적 제스처로 봐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는가.

 

“나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역내 핵무기 경쟁이 일어나 중국, 일본이 핵 경쟁을 하게 된다. 한반도는 그 사이에 끼어 있는데, 우리는 자원 동원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강대국의 군비경쟁에 따라갈 수 없다. 그것은 남한도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계속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일본도 핵을 갖게 된다. 그것은 시간 문제다. 아베 신조 정권에서 하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일본이 핵 무기를 갖게 되면 모두에게 큰 일이고, 아무도 원하는 사람이 없다. 중국 공산당도 핵 경쟁에서 일본에 질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들의 재정적 동원력은 상당하다. 그런 지경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제재를 높여왔는데 비핵화가 안됐다. 이런 식으로는 앞으로도 안될 것이다. 생각해보라. 옛날에는 북한에 핵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다가, 그 후에는 핵 실험까지 하고 장거리 미사일 실험도 다 했다. 북한은 이제 ‘우리가 핵이 있으니 안보는 걱정 없고 이제 군사를 경제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핵은 안보의 담보이니까 이것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점점 더 굳어졌다. 제재를 가하며 핵을 포기하기를 기다려왔는데, 너무 오래 기다렸다. 전략적 인내의 결과가 나쁘게 됐다. 그렇지만 북한이 죽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죽어도 안하겠다고 하면 해결 방법이 없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북한도 국가안보가 편안하게 되면 핵포기를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대화와 토론을 해봐야 한다. 내가 4월에 애틀랜타에서 북한, 미국, 한국 사람들을 불러 반관반민 회의를 조직하는 것도 그들의 진의를 알아보기 위한 차원이다. 어떤 조건만 보장되면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조건이 이뤄져야 할까.

 

“평화협정, 불가침협정 즉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법, 제도적 구도가 만들어져 한다. 그와 동시에 모든 경제 내지 정치 제재가 해소돼야 한다. 그것은 곧 북한이 돈도 빌릴 수 있고 국제시장에 자기들이 필요한 노동력을 집결시켜 경제성장에 진력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그것만 갖고 핵을 포기할 것인가. 그것은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 충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집단평화체제가 이뤄져야 한다. 6자에 EU까지 참여하는 한반도 내지 극동의 평화체제가 들어선다는 것은 상호 불가침을 포함하는데, 어느 나라가 어느 나라를 공격할 때는 나머지 모든 나라가 자기가 공격 당한 것처럼 생각해서 대처하는 집단안보체제다. 그게 지역 평화체제다. 법 제도적으로 확립되면 비로소 핵이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니까 대화와 회담를 해야 한다.”

 

-찰스 랭겔 하원의원이 미국 내 한국계 이산가족들도 북한의 가족들과 상봉하게 해달라는 결의안을 냈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가진 것은 우리 민족 뿐이다. 외국의 지도급에 있는 인사가 그 아픔에 동참해 해소하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루라도 빨리 이산가족 상봉을 해야 한다. 나도 1984년에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우리 학교에 있던 딘 러스크 국무장관과 함께 유나이팅 패밀리즈 인코퍼레이티드(Uniting Families Incorporated)라는 비영리 법인을 만든 적이 있다. 나 자신이 일제시대 때 만주에서 태어나 흩어진 가족의 설움을 잘 안다. 랭겔 의원의 결의안은 북·미관계를 부드럽게 하는데도 좋다. 미국 사람들이 이산가족의 아픔을 잘 모른다. 이번 기회에 왜 이렇게 이산가족이 많고, 지금 얼마나 살아계신지 인식이 넓어졌으면 한다. 이렇게 미국의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하면, 정치적 바람이 불어서 북미관계 개선과 평화의 정서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

북한 관리 20~30명, 유럽서 경제 공부 … 개혁·개방 열의 대단하더군요(인터뷰 2편)

[중앙일보] 입력 2014.03.13 00:24 / 수정 2014.03.13 00:53 30차례 방북 글린 포드 전 EU의원

"김정은 정권 안정적 … 급변사태 없을 듯"더 편리해진 뉴스공유, JoinsMSN 뉴스클립을 사용해 친구들과 공유하세요

글린 포드 전 유럽의회(EU) 의원이 북한 정세를 설명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2명을 포함해 20~30명의 북한 관리들이 유럽에서 경제 교육을 받고 있다.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에 대한 열의는 대단하다.” 지난주 북한을 방문하고, 동아시아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글린 포드(64) 전 유럽의회(EU) 의원은 11일 “북한은 경제 개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너선 포웰 국제중재기구 최고집행관 등 5명의 전직 유럽 고위 관료들과 함께 방북한 그는 3~7일 평양에 머물며 강석주 부총리, 김영일 노동당 국제부장,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 인사들을 만났다. EU의원 신분으로 1997년 처음 북한을 찾은 이래 30여 차례 방북한 그는 유럽의 대표적 북한통이다.

 

 포드 전 의원은 “북한은 교육, 경제 운용, 금융관리 등 경제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했다”며 “지난해 여름 방문했을 때보다 평양은 훨씬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 시내는 늘어난 차량 때문에 교통혼잡이 생길 정도였다”면서 “북한 무역은행이 발급한 직불카드로 택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에서 결제가 가능했다”고 했다.

 

 - 30번 이상 방북한 건 북한의 특별대우 때문인가.

 

 “EU의원으로 일할 때 동북아를 25년간 맡아왔다. 북한뿐 아니라 남한과도 좋은 관계가 있고, 중국 관료들을 많이 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 같다.”

 

 -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은 어떤 상황인가.

 

 “열의는 있지만 운영과 투자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경제 특구 운영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교육을 위해 20~30명을 유럽에 보냈지만 13개 특구를 운영하려면 200~300명 이상을 유럽에 보내게 될지 모른다.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 유럽은 북한에 투자할 의향이 있나.

 

 “개성공단에 독일 회사가 이미 관심을 표명했다. 이밖에도 2~3개 유럽 기업이 문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 등 고민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정권은 안정화됐나. 급변사태 가능성은.

 

 “특별히 불안한 모습은 없었다. 군부·당·내각의 관료들을 두루 만나본 결과 권력 이양은 꽤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평양 주재 유럽 외교관들도 매우 안정적이거나 안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멘토였을 뿐 섭정은 아니었다. 급변사태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뭔가를 얻으려면 먼저 지불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보면 비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은 대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뢰는 남북이 같이 쌓아야 한다. 한쪽에 먼저 요구만 해서는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는다.”

 

 - 북핵 문제의 해법은.

 

 “북한도 핵 개발을 중단할 용의는 있다고 본다. 포기가 물론 최선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일단 동결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8~10개의 핵무기가 10년 후에는 80~100개로 늘어나 있을지도 모른다.”

 

 - 북한이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 노선이 가능할까.

 

 “핵과 미사일을 통해 어느 정도 군사적 억지력을 갖춘 만큼 경제에 자원을 집중하려는 것 아니겠는가.”

 

인터뷰=배명복 논설위원 , 정리=정원엽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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