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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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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원래 평화누리 통일누리(2013년 12월과 2014년 1월 합본호)에 실린 글입니다.

중국과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사례는 이 글을 쓸 당시 지면부족으로 다 싣지 못한 원고인데 여기에 덧붙입니다.  (필자 주)

 

핵이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평화통일연구소 박기학 소장

 

북한이 2013년 3월 당중앙위에서 ‘경제와 핵무력 병진노선’을 표방하면서 핵이 더 경제적이라는 오래 된 주장이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글은 과연 핵이 더 경제적인가, 핵이 국방비를 절약하게 해주는가에 관해 살펴본다.

재래식무기에 비해 핵무기가 파괴력 당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핵무장을 하면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이를 핵무기의 대체효과라 부른다―는 주장은 핵개발의 오래된 논리다. 미국이나 구소련이 핵무기를 중심수단으로 하는 억제전략을 발전시키면서 내세운 논리도 이런 논리였고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등도 핵개발을 하면서 이런 논리를 내세웠다. 북한도 이 점에서 예외가 아니다. “새로운 병진노선의 참다운 우월성은 국방비를 추가적으로 늘이지 않고도 전쟁억제력과 방위력의 효과를 결정적으로 높임으로써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데 있다”(2013.3.31 북한 당중앙위)

 

핵무기가 재래식무기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핵무기는 그 가공할 파괴력과 반인도성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무기다. 이는 핵무기가 억제력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역사적 경험은 핵무기가 전쟁을 억제하지 못하였던 많은 사례들을 갖고 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 낸 결정적 요인도 미국의 핵폭탄 투하가 아니라 소련의 대일전 참전임을 밝히는 연구가 있다.

위협의 강도와 신뢰성은 모순관계에 있으며 그 전형적인 모순관계가 억제에서 핵무기인가 재래식병력인가의 선택의 문제다. 위협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억제효과도 증대하지만 그 실행은 곤란해지기 때문에 억제의 신뢰성은 떨어진다. 역으로 위협의 세기가 떨어지면 그 실행은 쉬워져 신뢰성은 높아지지만 위협에 의거한 억제효과는 떨어진다.

실제 전쟁에서는 핵을 사용할 수 없고 재래식무기로 전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핵보유국들이라 하더라도 재래식무기를 마냥 줄일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핵보유국가는 예외없이 재래식병력에서도 군사강국들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같은 핵강대국들은 재래식전력에서도 압도적인 전력을 갖고 있다. 국제조약으로 인정되지 않는 핵보유국인 인도나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상당한 규모의 핵무기를 보유하였지만 경제발전에 전념하느라 최근까지도 재래식전력에서 미국은 물론이고 대만이나 일본, 한국 등에 비해서도 낙후하였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재래식전력의 현대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핵무기는 비용 면에서 보더라도 결코 값싸지가 않다. 핵무기는 개발하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이를 유지운영하고 관리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든다. 핵무기가 억제력으로서 기능하려면 운반수단이 필수적이다. 즉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 잠수함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경량화, 소형화해야 한다. 나아가 핵무기는 재래식무기와는 다른 차원의 무기이므로 이를 운용할 지휘통제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또 핵무기가 억제력으로 되기 위해서는 제2격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다. 만약 제2격능력이 없다면 상대국은 쉽게 핵선제공격을 가해올 것이다. 최소억제전략을 채용하는 나라라 하더라도 백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것은 이런 제2격능력을 갖기 위해서다.

 

핵개발이 싸게 먹힌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는 실증적 연구

 

인도의 레디(C. Rammanohar Reddy)는 『핵환상의 포로들』(2003년)이라는 책에서 핵무기국가들이 처음 지출한 비용에 관한 특징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첫째 핵폭탄 그 자체는 총비용의 매우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가장 큰 지출은 운반체계의 획득, 지휘통제 체계의 개발 부분이다.

둘째 소규모 핵전력을 보유한 국가의 경우 처음 10년간의 핵무장기간 동안 핵무장화에 든 연간지출은 GDP의 0.4%〜0.9%사이다.

셋째 핵보유국의 경우 핵무장이 연간 군사비의 약 20〜30%를 차지했다

 

핵무기가 더 싸다는 주장의 원조는 미국의 뉴룩전략

 

아이젠하워정부는 당시 과도한 군사비가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을 크게 우려하면서 ‘적은 경비로 보다 많은 국방을’이나 ‘같은 돈으로 보다 큰 타격을’(bigger bang than bucks)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처럼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는 안보전략이 이른바 뉴룩(New Look)이며 핵무기는 파괴량 당 비용에서 재래식무기보다 훨씬 싸다는 이유로 억제력의 절대적 수단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런 뉴룩의 관점에서 수립된 미국의 핵억제전략이 ‘대량보복전략’(1954년)이다. 대량보복전략은 “미국이 선택하는 방법과 장소에서 즉각 보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전략핵무기와 전략공군력)”을 통해서 미국 및 동맹국의 안전보장을 지킨다는 전략으로 이를 위해 미국은 핵무기의 대량생산을 추진하였다.

미국의 핵무기 절대우위 하에서 수립된 대량보복전략은 소련이 수폭개발(1955.11)에 성공하고 이어 인공위성을 발사하게 되자(1957년) 소련과의 전면핵전쟁은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에 대량보복전략은 국지분쟁 때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단계적인 억제전략’(제한핵전쟁론, 1957년)으로 수정되고 곧이어 핵전쟁만이 아니라 재래식전쟁에도 대비하는 ‘유연반응전략’(1961년)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 미국은 전략핵무기는 물론 전술핵무기, 재래식무기를 다 증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이런 핵억제전략의 변화는 전략폭격기 탑재 핵폭탄, 대륙간탄도탄, 잠수함탑재탄도탄에서 원자포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핵무기를 개발하고, 대량생산하고, 대량보유하는 체제를 촉진하였다. 미국의 핵탄두는 1952년 1,000개에서 1960년에는 18,500개로 급증하였다.

한편 대량보복전략으로 미국의 재래식병력이 크게 줄어든 것도 아니다. 1950년(한국전쟁 이전) 미군병력수는 1,459,462명(육군 593,167명)이었는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1955년에는 2,935,107명(육군 1,109,296명)으로 두 배로 늘었다. 한국전쟁이 1953년에 끝났지만 미군 병력은 한국전쟁 이전수준으로 감축되지 않았으며 1960년 2,475,438만명에 달하였다.

브루킹스연구소는 1940∼1996년까지의 미국의 핵무기사업의 총비용을 추산한 보고서(1998년)를 냈다. 이에 의하면 1940〜1996년까지 미국의 핵무기관련 비용은 5조4810억달러였다. 이는 같은 기간 군사비의 29%, 정부지출의 11%를 차지하였다. 위 비용에는 미래비용 즉 핵무기해체, 핵쓰레기관리, 환경복구 등의 비용은 제외되어있다. 스팀슨센터는 ‘(미국의) 핵무기비용, 모호성의 분석’이라는 보고서(2012.9.16)를 통해서 2022년까지 핵무기분해·정비검사와 핵시설유지·보수, 핵잠수함탑재 장비의 현대화 등에 3,520억달러(394조원)가 필요하며 이 비용은 미국의 2012회계연도 예상적자 1조1,600억달러의 31%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결론적으로 뉴룩전략은 재래식전력을 줄이고 경제의 안정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핵무기의 의존을 구조화시키는 출발점으로 되었으며 그와 함께 핵무기와 재래식무기 모두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추구하는 데로 이어지고 미국 경제가 군산복합체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경제의 군사화의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대량보복전략의 복사판인 소련의 핵억제전략

 

흐루초프는 “국가의 군사적 능력은 우리의 무장한 군인수가 얼마나 많으냐가 아니라 핵무기의 ‘화력’에 의해 규정된다”(프라우다, 1960.1.15)라고 주장하였으며 이런 견해에 입각해 1959년 12월 14일 당시 소련군 3,623,000명을 2,423,000명으로 일방적으로 감축한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흐루초프의 전략은 미사일핵무기의 대량보복능력의 협박에 전면적으로 의존하여 전쟁을 억제하고 다른 군사력은 가능한 한 삭감하여 군사비를 절감하며 그대신 경제경쟁에 힘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는 핵미사일우선주의에 의한 전쟁억제전략이라 할 수 있으며 사실상 미국의 대량보복전략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흐루쇼프의 이런 핵미사일우선주의는 소련을 핵대국으로 만들었고 급기야는 쿠바미사일위기를 자초하였으며 쿠바미사일 위기 대응에 대한 흐루쇼프의 타협적 태도와 재래식병력감축에 반발한 강경한 소련군부에 의해 자신도 실각되었다.

핵미사일우선주의는 미국을 자극해 핵군비경쟁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재래식병력에 대한 흐루쇼프의 경시에 반발한 소련군부와 브레즈네프는 군대를 1백만명 가까이 증강하는 한편 미사일 대량생산과 핵사업의 확장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군비경쟁은 더욱 첨예화되었다. 핵강국이 된 소련은 핵위력을 앞세워 자신의 동맹국이나 사회주의국가들에 대해서 패권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였고 급기야는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동맹국들을 핵으로 위협하거나 아니면 군사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소련의 핵대국화와 중국에 대한 핵위협은 결국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과 손을 잡도록 함으로써 소련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하였고 미국과의 핵군비경쟁은 소련경제의 건강성과 활력을 상실하게 만들어 소련 붕괴를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다.

 

내복은 못 입어도 핵무기는 가져야 한다는 중국

 

핵보유를 통해서 중국이 국제정치적 지위를 높였고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인듯이 바라보는 일부 견해도 있지만 이것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

중국은 국방비를 절약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개발을 한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내복을 입지 못하더라도 중국은 원자폭탄을 만들겠다. 그것은 원폭 없이는 2류 내지 3류국가로 전락하기 때문이다.”(중국 진의 외무장관의 1963년 10월 28일 일본 교토통신과의 인터뷰)는 말처럼 경제를 희생하면서 핵무기를 만들었다.

핼퍼린은 “어떤 나라도 핵을 가져서 번영하는 게 아니다. 가장 분명한 예가 중국이다. 중국은 매우 오래전인 1960년대 핵무기를 가졌다. 중국은 최근에야 경제대국이 되고 있다. 그리고 재래식 무기를 증강하면서 주변국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핵무기 역사를 보면 중국의 세계에서의 역할을 높이는 데 거의 역할을 못했다.”(한겨레 2013.4.8)고 말한다.

“중국의 국제적 위신의 부침을 1964년 이후의 핵전력의 유지 및 현대화와 연결시키기는 힘들다. 더 이치에 맞는 설명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가 1950〜1970년대 경우 냉전 때의 중국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연결되어 있고 1980년대 경우에는 중국의 경제성공과 연결되어 있다.”(자카리 데이비스 및 벤자민 프랑켈,『핵확산 수수께끼:핵무기는 왜 확산되는가』, 1993)

“1955〜1964년 간 중국이 핵폭탄개발에 지출한 비용은 107억위안(1957년가격으로 41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사업은 1957년 국가예산의 1/3이상을 차지할정도로 중국경제에 큰 부담이었다. 또 이 사업비는 1957년과 1958년의 재래식방위예산을 초과하였다.”(존루이스와 쉐리타이의 연구)

프랑스는 핵개발의 여러 동기가 있으나 그 중 하나가 재래식전력을 대체한다는 사고였다. 그러나 프랑스는 핵무기 개발을 위해서 너무나 많은 비용을 써야 했기 때문에 재래식무기획득도 곤란하였고 재래식인력자원도 축소하지 않을 수 없어 적절한 정규군대 양성을 불가능하게 했다. 1991년 걸프전 때 프랑스의 비교적 현대적인 재규어기들은 야간에 작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혀 재래식임무를 시작할 수 없었다. 당시 걸프전 때 미군 노만슈와르츠코프사령관은 프랑스군이 너무나 약체여서 일부러 이라크주력군과 조우하지 않는 곳에 프랑스군을 배치하였다.(유르겐 브라우어와 휴버트 반 튜일,『성곽, 전투, 폭탄』, 2008) 현재 프랑스의 핵 군사비는 연간 35〜45억 유로인데 이는 산정방식에 따라 군사비의 10〜20%를 차지한다.(뱅상 데포르트, “프랑스에 핵전략이 있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3.6)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핵을 개발하여 핵보유국이 되었지만 그 뒤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시미르 분쟁은 더욱 악화되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을 하였다. 인도의 경우 2002〜2006년 기간과 2007〜2011년 기간을 비교했을 때 무기수입이 무려 38%나 증가하였다. 이는 인도의 핵보유가 재래식무기의 절약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증대하는 결과가 되었음을 말해준다. 『SIPRI2012』를 보면 2007〜2011년 사이에 무기수입이 인도가 1위(세계 전체의 10%), 파키스탄이 3위(세계전체의 5%)다. 이는 핵무기 국가가 되면 재래식전력에서도 강국으로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파키스탄은 핵폭탄을 보유하고 나서 군사적 공격에 대해 더욱 대담한 자세가 되었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군사적 우위에 직면해 지속적으로 무기배치를 강화한 것은 인도의 군사적 공격비용이 효율적이지 못하도록 하는데 필요하다는 이유로 합리화되었다.(정영태, “파키스탄·인도·북한의 핵정책”, 통일연구원, 2002 참조)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핵을 가져서 얻은 이득이 없다. 억제력은 재래식 무기를 통해 했다. 핵무기를 가진 뒤 두 차례 전쟁에서 이것의 사용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재래식 무기에 의한 대응이었다.”(핼퍼린, 한겨레 20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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