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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억제론의 심각한 10가지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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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억제론의 심각한 10가지 결함(2011년)

데이비드 크리거

* 번역: 고영대 상임연구위원 (평화통일연구소)

 

핵억제는 금지된 행동에 대한 핵 보복의 위협이며, 일반적으로 위협하는 국가에 대한 공격을 일컫는다. 핵억제 이론은 그러한 위협이, 만약 사실인 것으로 또 충분한 파괴를 가져올 것으로 인지되면, 공격이나 다른 금지된 행동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 줄 것으로 가정한다.

 

핵억제력을 보유하고 싶다는 바람은 핵무기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하였다. 유럽에서 피난 온 과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우려했으며, 미국에게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사용을 연구하도록 권했다. 아인슈타인은 만약 독일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독일의 핵무기 사용의 억제력으로서 핵무기의 제조 가능성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도록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촉구한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뒤 아인슈타인은 이것이 자신의 일생의 최대의 잘못의 하나라고 여기곤 하였다.

 

1945년 7월, 미국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을 때는 독일은 이미 패배하고 난 뒤였다. 미국은 이 새로운 강력한 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국은 다른 국가, 특히 소련에게 자신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사용할 의지가 있다는 핵억제력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핵무기의 미래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소련의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다. 다른 국가들도 선례를 따랐다. 영국과 프랑스는 소련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중국은 미국과 소련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스라엘도 독립을 보장하고 다른 핵무기 국가들의 잠재적인 개입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인도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억제하기 위해서, 파키스탄은 인도를 억제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북한도 미국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핵시대의 변함없는 요소의 하나는 핵무기 국가들의 핵억제 이론에 대한 집착이다.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는 각기 핵억제론을 추구함으로써 핵개발을 정당화하고 있다. 핵보유국의 안보만이 아니라 문명의 안보가 핵억제 이론의 신뢰성에 달려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핵억제가 지구의 안보와 아마도 개인과 가정의 안보에 기여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만약 핵억제론이 아주 결함이 많은 이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핵억제론이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모든 핵보유국들의 정치적, 군사적 지도자들이―그들은 핵억제 이론을 신성시하고 있고 또 핵억제 이론에 신과 같은 그러나 비현실적인 보호의 힘을 불어넣고 있다―틀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래 자체가 중대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인바, 왜냐하면 핵억제가 실패하면 인류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미 전략사령관으로서 George Lee Butler 장군은 미국의 모든 핵무기를 책임졌다. 공군에서 은퇴한 뒤 그는 핵억제론에 대해서 “이것은 핵 시대에 국가안보의 궁극적 목적 즉 국가생존의 보장에 대한 합리적 사고를 정지시킨다”라고 비판하였다. 그는 핵억제가 “아주 형편없게 현실세계를 자연발생적인 위기, 납득이 안 되는 동기, 불완전한 지성 그리고 깨지기 쉬운 인간관계로 묘사하는 믿을 수 없는 지적 구상”이라고 결론지었다.

 

화산들이 자주 화산폭발의 강력한 경고 신호를 사전에 발하듯이 우리는 핵시대에 걸쳐 핵무기 및 핵억제 이론의 실패에 대한 그 같은 신호를 목격해 왔다. 핵무기는 화산과 같은 힘으로 분출해 핵억제론이 제공한 비교적 얇은 ‘방호’의 베니어판을 완전히 압도해버릴 수 있다. 이러한 위험에 직면해 우리는 자기도취에 빠져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은 핵무기가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를 안심시키는데, 그들의 말에 마음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실은 핵보유국가의 핵정책 입안자들과 이론가들이 우리를 믿게 하는 것보다도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훨씬 많다. 나는 핵억제의 10가지 심각한 결함을 검토할 것이며, 이 결함들이 핵억제는 불안하며, 신뢰할 수 없고, 타당성도 없다는 결론을 이끌 것이다.

 

1. 핵억제는 오직 이론일 뿐이다. 이것은 증명되지 않았고 증명할 수도 없다. 이 이론은 인과관계, 예를 들면, 만약 한 당사자가 무엇인가를 하면 특정한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가정할 수 있다. 핵억제론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한다. 즉 한 당사자가 핵무기로 보복하겠다고 위협하면 다른 당사자가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격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핵억제에 의해서 저지된 것인지는 증명할 수 없다. 그것은 논리상 잘못된 인과관계의 가정이다. 논리상 우리는 부정 즉, 어떤 것을 하면 다른 어떤 것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다. 핵공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다른 요소의 결과일 수 있거나 단지 예외적으로 운 좋은 결과일 수 있다. 핵전쟁의 부재를 핵억제의 덕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긍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는 핵억제 이론에 잘못된 효능감을 불어넣는다.

 

2. 핵억제는 대량살상에 대한 약속을 요구한다. 핵억제는 핵무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고 위협해야 적을 억제하기에 충분한가라는 정책 논쟁을 낳는다. A라는 적국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100만 명이면 충분한가? B라는 적국은 얼마나 죽여야 억제가 되는가? 천만, 억, 아니 더 많이? 항상 지나치게 많은 죽음을 위협하고, 그 결과 한층 더 정교한 핵 살상 체계를 만들어내는 경향성을 띠게 된다. 이런 계산은 차례로 군비경쟁을 추동하고 결코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무기체계에 거대한 자원 할당을 요구하게 된다. 지도자들은 대량 학살의 위협과 이 위협을 뒷받침해 줄 자원 지출이 주민들을 안전하게 해주며 과학적 및 재정적 자원의 할당이 타분야에 비해 핵억제에 우선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반드시 주민을 확신시켜야 한다. 결과는 자원의 잘못된 할당일 뿐만 아니라 노력이 국제 문제의 협력적 해결에서 벗어나 헛되이 소모되는 것이다.

 

3. 핵억제는 효과적인 전달을 요구한다. 사실 핵억제는 전달 이론이다. A국은 적국 B가 공격해 오면 보복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반드시 전달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적국 B국이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대량 살상의 보복을 행하겠다는 위협은 반드시 잠재적 공격자에게 신뢰성을 주어야 한다. 전달은 지도자들의 연설이나 의회 성명 속에서 구두로, 뿐만 아니라 뉴스 보도나 심지어 소문을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전달은 또한 구두가 아닌 동맹의 구축이나 핵·미사일 시험의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핵억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양 쪽 각각이 행하는 모든 것이 의도적인 형태이거나 의도적이지 않은 형태이거나 다 잠재적 적국에게 보내는 전달이다. 오류와 오해의 여지가 많다.

 

4. 핵억제는 이성적인 의사 결정자를 요구한다. 핵억제는 비이성적인 의사 결정자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다. 예를 들어 A국은 적국 B의 공격에 대해 핵보복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B국의 지도자는, A국 지도자가 자기(A국) 말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이성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말하자면 B국의 지도자는 A국의 핵보복으로 자국(B국) 국민이 백만 명, 천만 명이 죽더라도 개의치 않기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A국을 공격할 수 있다. 나는 고려해야 할 두 가지의 매우 중요한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고 믿는다. 모든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이 항상, 특히 긴장이 매우 고조되어 극단적인 압력 하에서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인가? 모든 국가의 모든 지도자들이 장래에도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무조건 노다.

 

5. 핵억제는 잘못된 자신감을 주입시킨다. 핵억제는 자주 핵 ‘방어’와 혼동되는데, 핵무기가 공격에 대해 어떤 형태의 물리적 방호를 제공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런 결론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무기 및 그것의 사용 위협은 아무런 물리적 방호를 제공하지 않는다. 제공된 유일한 방호는 심리적인 것으로, 일단 무기가 비행을 시작하면 심리적 방호가 물리적 방호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사람은 무기가 자기를 보다 안전하게 해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안전해지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니다. 핵억제 이론은 잘못된 자신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무기 보유자들로 하여금 핵위협을 가하지 않고서도 피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 그러한 모험은 비생산적이며, 실제로 핵전쟁으로 이어진다.

 

6. 핵억제는 우발적 사용에 대해서 작동하지 않는다. 핵억제는 그것이 설사 유용하다고 하더라도, 오직 의도적이고 미리 계획된 핵공격에 대해서만 유용하다. 핵억제의 목적은 의도적인 핵무기 사용을 생각하는 지도자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핵억제는 우발적 발사와 같은 핵무기의 우발적 사용을 막을 수 없다. 이 점은 영화 ‘닥터 전면 핵전쟁 추진론자’(원제는 Dr. Strangelove, 1964년)−소련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이 우발적으로 이루어진다−에서 잘 그려지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미 공군 폭격기 조종사들은 훈련 연습 중에 ‘절대안전한’ 지점을 벗어났고 또 소환될 수 없었다. 미국의 대통령은 소련의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 시행된 모스크바 공격이 단지 우발적 사고일뿐이라고 해명하려고 하였다. 미국인들은 우발적 사고를 막는데 속수무책이었으며, 소련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발적 사고는 일어난다! '절대안전한(실패염려가 없는)' 체계라는 것은 없으며, 핵무기가 관련되어 있는 경우 절대안전한 체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위험하다.

 

7. 핵억제는 테러조직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핵억제는 보복 위협에 토대하고 있다. 장소를 파악할 수 없는 적에 대해 보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보복 위협은 신뢰할 수 없다. 더욱이 테러리스트들은 자주 죽음을 무릅쓰며(가령 자살폭탄) 적에게 죽음이나 고통을 가하고 기꺼이 죽는다. 이런 이유로 핵억제는 핵테러리즘을 막는데 효과가 없다. 핵테러리즘을 막는 유일한 길은 테러조직 수중으로 핵무기가 떨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만약 핵무기와 핵무기를 제조할 핵물질이 더 많은 국가들로 확산되어 나간다면 이것은 점차 더 어려워질 것이다.

 

8. 핵억제는 핵확산을 조장한다. 핵억제 이론이 타당하다고 받아들여지고 그 결함이 간과되거나 무시되는 한 핵무기는 국가 방호를 위한 가치 있는 수단인 양 여겨질 것이다. 그래서 핵억제 이론의 무비판적 수용은 핵확산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만약 핵무기가 국가를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믿게 되면 이에 상응하여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압력이 뒤따를 것이다.

 

9. 핵억제는 믿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핵억제를 홍보하는 정책 입안자들조차 진정으로 핵억제를 믿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만약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들의 주장대로 핵억제가 작동한다고 정말 진정으로 믿었다면 미사일 방어(MD)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미국만 지난 30년 동안 미사일 방어망 개발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계속해서 연간 약 10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핵공격에 대한 이런 물리적 방호의 시도들은 언제든 전면적인 성공을 거둘 가망이 없지만 이런 시도들이 있다는 것은 핵억제만으로는 국가의 방호를 제공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정책 입안자들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이해를 입증해 준다. 만약 정책 입안자들이 핵억제가 결코 안전한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다면 누가 이 핵억제 이론에 의해 속고 있는 것인가? 십중 팔구 핵억제 이론이 약속하는 바의 효과(유효성)에 속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그들의 지도자들을 믿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다. 이들 보통사람들이 바로 핵무기의 표적으로 되어 있고 만약 핵억제가 실패한다면 그 결과를 뒤집어써야 한다. 정치적, 군사적 지도자들이 '절대안전한 체계'가 전혀 아닌 것으로 그들의 국민을 농락한 것이다.

 

10. 핵억제의 실패는 재앙을 가져 온다. 핵억제 이론은 보복 위협을 위한 핵무기의 개발과 배치를 요구한다. 당연히 이들 핵무기는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복 수단으로서 공격을 막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만약 억제 이론이 실패하면 이로 인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공포를 뛰어넘는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자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히로시마의 100배 규모의 핵무기를 주고 받았을 경우 폭풍, 화염, 방사능, 기후 변화, 흉작, 이에 따른 기아로 무려 10억 명의 사상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보다 규모가 큰 핵전쟁은 우리가 아는 바처럼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

 

내가 앞서 논한 핵억제 이론의 결함들은 비켜갈 수가 없다. 이들 결함들은 핵억제 이론이 극복 불가능한 내재적 약점들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핵억제론은 더욱 더 피로골절 증상을 앓게 될 것이며 형편없이 지어진 다리마냥 붕괴될 것이다. 핵보유국의 시민들은 길 옆에서 얌전히 서있지 말고 논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사실상 핵보유국의 시민들은 핵억제이론의 효과 및 정당성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논쟁을 이끌어내야 한다.

 

핵억제이론을 타당하고 의심할 바 없는 것으로 수용해 온지가 수십년이 지났는데 이제야말로 핵억제론이 실패할 수 있고 그것도 재앙적으로 실패할 수 있는 현실에 눈을 떠야할 때이다. 핵억제론에 의해 야기된 위험의 해결은 내재적으로 결함이 있는 이론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 즉 지구상에서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이는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사실 이 새로운 길을 가는데 따르는 위험은 불안정하고 증명되지 않은 이론으로 정당화되고 있는 핵무기 유지의 위험보다 훨씬 적다. 그러나 이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핵무기가 인류에게 야기하는 압도적 위협에 직면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지도자들에게 도전해야 해야 하며 고분고분하기를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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