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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대통령의 핵 선제불사용 선언 움직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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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대통령의 핵 선제불사용 선언 움직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아사이 모토후미(2016.8.25)/번역 성재상 평화통일연구소 이사

 

필자는 7월 25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대통령은 임기 막바지에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을 포함한 핵정책의 중요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오바마는 히로시마 방문 뒤 자극을 받아 ‘핵 없는 세상’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의 핵정책 재검토는 미국 공화당의 강경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어, 안이한 기대는 금물이다. 더욱이 ‘핵 선제 불사용’은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미국의 ‘핵 우산’에 매달리는 아베정권과 박근혜정권의 강한 반발로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 뒤 흐름을 보면 나의 판단대로 되고 있는 것 같다.

핵선제 불사용에 관해서는 미국 공화당은 물론, 미 군부와 케리 국무장관도 반대하고 있다. 아베수상은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핵억지력(deterrence)이 약화된다”는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고 한다.(8월 21일 아사히 신문에 의하면 아베 수상은 그런 발언을 부인했다. 그러나 자기의 견해를 밝힌 바도 없다.)

내가 놀란 것은, 외무성의 간부가 “만약 미국정부가 핵선제 불사용을 선언하면, 일본을 방위하는 미국의 확장 억지력은 성립되지 않게 된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라면서 강한 반발을 보였다(아사히 신문 2016년 8월 17일)는 기사다. 아사히 신문 기자가 잘못 듣고 이런 발언을 보도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그 간부가 인용된대로 말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만약 전자라면, 확장억지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잘못된 말(뒤에 설명)로 당연히 외무성이 기사 정정 요구를 하고 또 정정기사가 나와야 할텐데 그런 움직임은 없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된다’는 아베수상의 말이나 위 외무성 간부의 말은 핵억지력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놀라울 뿐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무지를 깨닫지도 못하면서 일본의 안보정책을 다루고 있는 것이어서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핵억지력에 관한 일본의 이해정도는 아베수상이나 외무성간부에 그치지 않고 한결같이 매우 낮다. 아베수상과 외무성 간부의 발언은 오히려 일본인의 평균치를 반영한다. 그러나 원폭을 체험한 일본인들이 흐리멍텅한 인식을 한 채 핵문제를 어영부영 지나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 글은 핵억지력에 관해 우리가 강조해서 알아야 할 핵심을 정리해 보는 것이 목적이다.

 

핵(확장)억지력 이론·정책의 등장

당초 ‘핵억지력’이라는 생각(전략)은 동서 냉전 및 미·소의 핵군비 경쟁이라는 두 가지 요인을 배경으로 해서, 미국(및 영국.프랑스)에서 이론·정책화되고 그 뒤의 상황를 바탕으로 정밀화한 것이다. (소련과 중국도 대체로 미국·유럽에 의해 발전된 핵억지력의 이론·전략·정책을 답습해왔다.)

핵억지력의 출발점은, 소련의 공격(주로 미·소의 직접대결 전쟁과 유럽 정면의 전쟁을 상정)에 대해서는 핵에 의한 대량보복공격을 한다는 미국의 의사와 능력을 소련에 확신시킴으로써 소련이 처음부터 공격을 할 생각을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대량보복 전략). 즉, 미국과 소련이 직접 군사대결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때 압도적인 살상력을 가진 핵무기를 대량사용한다는 위협을 함으로써 상대(소련)가 공격 계획을 아예 단념하게 한다는 것이 핵억지력의 본질이다. 핵확장 억지력이란 미국이 핵보복공격을 위협함으로써 소련이 유럽(미 본토가 아닌)에 대한 공격을 그만두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핵확장 억지력은 유럽 정면을 염두에 둔 것인데 세계적 규모에서 소련과의 대결전략을 추진한 미국은 아시아에도 핵무기를 배치하고 핵확장 억지력을 적용했다. 정확히 말하면 ‘억지력’이란 전략은 핵무기의 출현에 따른 것이며 ‘억지력=핵억지력’(로렌스 프리드맨의 말)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미·소냉전 종식 뒤 미국의 군사적 1극 지배 상황이 출현한 것을 배경으로 미국의 세계적인 군주둔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의 핵 및 비핵의 군사력의 위협이 전쟁 유혹에 이끌리는 세력을 단념시키는 힘(억지력)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이다.(일본 안에서 유포되고 있는 ‘미일동맹은 억지력’ 더욱이는 ‘오키나와 미해병대는 억지력‘이라는 궤변은 이런 주장을 무한히 연장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갖가지 무력충돌 및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압도적인 핵무기의 살상력이 없는 재래식전력(비핵전력)이 억지력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실증되었다. 최근 예로 영토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몇몇 환초에서 중국이 인공섬 공사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미국은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미해군 함정을 보내 시위행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전혀 거기에 구애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억지력은 지금도 핵무기의 속성(압도적인 살상파괴력)과 연결된 개념이고 이론·전략·정책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또 한가지 ‘억지력’과 ‘위협’은 서로 닮은 관계다. 위협이란 공격할 의사와 능력을 함께 갖춘 경우를 말한다. 반면 보복할 의사와 능력을 함께 갖춘 경우는 ‘억지력’이라고 한다. 핵무기의 엄청난 살상력이 인식됨에 따라 미소 각기 자신을 상대방을 공격하는 ‘위협’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엄중한 냉전의 제로섬적 발상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공격해 올 가능성에 대해 보복하는 의사와 능력을 가짐으로써, 상대가 공격을 단념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확고하게 되었고 이것이 ‘억지력’이라는 이론·전략·정책을 낳은 것이다.

 

유연반응전략과 핵선제불사용 문제

1960년대 이후 주로 두 가지 군사적 요인에 의해서 ‘억지력’의 이론·전략·정책은 더욱 정밀하게 되었다. 하나는 유럽 정면에서의 동서의 군사력 균형 문제이고 또 하나는 ‘제한적 핵 억지력’ 문제이다.

먼저 유럽정면의 동서 군사력 균형 문제란 소련 중심의 바르사바조약기구(WTO)의 재래식병력이 NATO의 재래식병력을 압도하고 있다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봤다는 문제이다. 미국을 위시한 NATO국가들은 미국이 미소 공멸로 이어지는 핵 보복전쟁에 호소하는 일은 없을 것(즉, 미국이 서구제국을 버리는 것)이라고 소련이 판단하고 WTO의 우세한 재래식병력으로 유럽 침공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NATO는 이런 군사적 가능성을 상정하고 WTO의 침공을 미연에 방지하고 단념시키기 위해 재래식병력의 열세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전술핵무기, (그래도 WTO가 침공을 단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역핵무기를 사용해서 대항하는 것을 생각했다(유연반응전략). (이처럼 반격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목적은 NATO가 끝까지 보복할 의사와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WTO에 확신시켜, 공멸이 되는 전면적 핵전쟁 이전의 단계에서 전쟁을 수습하는 시간을 벌자는데 있다) 이로부터 ‘핵 선제사용’이 채택된 것이다. 즉, 핵선제사용의 정책은 재래식병력의 열세를 상쇄하는데 필요한 대항수단으로 채용되었다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재래식병력이 상대편에 대해 열세가 아니라면 ‘핵선제사용’을 생각할 군사적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이 소련에 대해 재래식에서도 군사적 우세에 있는 아시아에서는 ‘핵선제사용’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확장 억지력과 비핵 3원칙

앞서 말한 외무성 간부의 ‘일본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지’라는 말처럼 일본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지력(핵우산)이 일본의 안전에 불가결하다는 주장이 지금은 당연한듯이통용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비핵 3원칙(핵무기를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사또 수상이 제창함)이 국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핵우산도 비핵3원칙도 다 좋다’라고 태연히 부끄러움도 모른채 말하는 뻔뻔함은 ‘평화헌법도 미일안보(미일동맹)도 다 좋다’라고 말하는 무신경함과 나란히 평화 및 안전보장에 대한 우리 일본인의 더할 나위 없는 무책임한 인식수준을 세계에 속속들이 드러낸다.

사토수상이 말할 당시의 비핵3원칙의 요점은 미국이 일본에 핵무기를 반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핵무기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30톤 이상 보유하고 있는 오늘의 일본에 대해서는 ‘가지지 않고, 만들지 않는다는 다른 2개의 원칙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유사시에는 미국에게 핵으로 지켜주십시오. 그러나 ‘반입은 하지마세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핵무기 사용에 수반하는 위험은 미국 혼자서 지고 일본 자신은 위험을 지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이런 이기적인 일본을 미국이 진정으로 지킬 기분이 날 리가 없다. 유럽국가들은 다르다. 미국이 진정으로 유럽을 지킬 기분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 핵무기배치를 자진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비핵 3원칙은 오키나와 반환에 대해서 일본본토에 적용된 ‘핵 없는 반환’을 국민에게 공약한 사토수상의 국내용 제스처였다. 사토수상이 진심으로 비핵3원칙을 지키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사토수상이 닉슨대통령과 핵밀약을 체결한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부당한 것이다. 그러나 사토수상으로서는 미국이 일본방어를 진정으로 책임지게 하기 위해 비핵3원칙을 어겨 핵반입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핵밀약의 형식으로 행한 것이다. 결국 사또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서 핵우산과 비핵3원칙은 양립하지 않는다, 나로서는 핵우산을 우선한다”고 정면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을 피해서 핵밀약이라는 금지된 수단에 호소한 것이다. 엄연한 사실은 비핵3원칙과 ‘핵우산’은 양립할 수 없는 절대모순이다. 이런 절대모순이 아직 우리 일본인 눈 앞에 있다. 우리 일본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 주권자로서의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책임이 있다.

 

한반도와 ‘핵 선제불사용’문제

한반도의 군사정세는 1960년대의 유럽의 군사정세와는 판이하다. 북한에 대한 미국(한국 및 일본)의 군사적인 절대적 우위는 자명하며, 이를 북한도 잘 알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의 ‘맞춤형 억지력’, 한국의 ‘적극적 억지력’ 그리고 한미의 공동국지도발작전계획 등과 같이 국제법상 논란이 있는 선제적 자위권의 행사를 명목으로 하는 선제공격(핵공격의 옵션을 포함함)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선제 사용’ 전략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핵선제사용은 북한에게는 위협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에 있는 미국이 ‘핵선제사용’을 구사하는 것은 북한에게는 위협 그 자체이다. 다시말해 핵선제사용은 북한의 군사적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뿐으로 앞서 말한 억지력의 본래 의미에 비춰 본다면 불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가 ‘핵선제 사용’을 수정하게 되면 그것은 북한에 대한 ‘맞춤형 억지’전략의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의 핵선제사용 포기 제안은 객관적으로 말해, 한반도에서 예측할 수 없는 사태를 회피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건설적인 것이다. 미국이 ‘핵선제 불사용’정책을 북한에 대해 적용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미(일.한)의 억지력이 약화된다’거나 ‘일본을 방어하는 미국의 확장억지력이 작동되지 않게된다’거나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아베 수상 및 외무성간부의 발언은 핵억지력의 본질에 대한 무지를 속속들이 드러내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군부, 아베수상, 외무성간부가 오바마의 제기를 맹렬히 반대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실제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핵억지력을 완성하기 전에 어떤 구실을 붙여 처부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이 고슴도치의 심경으로 곤두서서 핵개발에 매진하는 것이다.

 

제한적 핵 억지(최소핵억제)

‘위협’과 ‘억지력’은 둘 다 ‘의사와 능력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중국, 영국, 프랑스의 핵전략은 상대국(영불의 경우는 소련이고 중국의 경우는 미국 및 소련)을 공격할 의사와 능력은 없지만 상대국한테서 받을 수 있는 공격에 대해서 상대국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핵 보복할 의사와 능력은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상대국이 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시말하면 제한적 핵 억지력이란 미국이나 소련이 인구가 밀집된 자신들의 대도시가 핵무기에 의한 반격(이를 대가치전략이라 함)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하면 비록 미국이나 소련이 전쟁에 최종적으로 승리할 확신은 있더라도 입을 피해가 너무 커서 전쟁을 시작하는 그 자체를 단념하게 될 것이라는 사고다. 제한적 핵억지력에 관해서는 몇 가지 보충이 필요하다. 하나는 영국과 프랑스의 핵정책이며, 또 하나는 중국의 ’핵 선제불사용‘정책이다. 다른 또 하나는 북한의 핵선제타격 확언 정책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핵정책

드골 시대의 프랑스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영국과 프랑스, 특히 영국내에서는 미국의 확장 핵억지력(핵우산) 아래에 있는 NATO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독자의 핵전력을 보유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강력한 반발이 있었다. 하물며 소련이 붕괴해서 바르샤바조약기구도 해체된 21세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독자적인 핵전력을 보유할 군사적 근거는 약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란의 소위 핵의혹은 그것이 떠들썩했던 시기에는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정당화하는 근거로서만이 아니고 영국과 프랑스의 핵보유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도 이용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란과의 핵합의(JCPOA)가 이루어진 지금 이란을 희생양으로 하는 주장도 붕괴하였다.

더구나 핵불확산조약(NPT)은 비핵국의 핵무기 보유금지 의무와 함께 핵무기국가가 성실하게 핵군축 교섭을 이행할 의무도 규정하고 있다. 이 점에서도 영국과 프랑스의 핵보유 정책은 더욱 정당성을 잃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국과 프랑스의 핵보유 정책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성립된 유엔헌장상의 강대국 협조시스템(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NPT체제 견지라는 미명하에 영국과 프랑스의 핵보유정책을 그냥 지나치고 있는 상황은 엄중히 따져야 할 것이다.

 

중국의 핵선제불사용 정책

중국의 제한적 핵억지력 전략(정책)의 최대 특징은 다른 핵 보유국(특히 구소련이나 오늘의 러시아)과 달리 핵선제 불사용을 일관해서 공약해 왔다는 점이다. 그것은 자신이 상대국들(과거의 미국 및 소련 그리고 현재의 미국)에 대해 위협이 될 의사와 능력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함으로써, 상대가 중국을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을 극력 제거하는 동시에 상대가 그것을 이용해서 핵공격을 해 오는 경우는 상대가 견딜 수 없는 규모의 보복을 하는 단호한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대에게 확신시키는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재래식병력은 미국보다 분명히 열세이다. 그러나 중국은 1960년대의 NATO가 WTO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재래식병력에 의한 침공우려를 미국에 대해서 가지고있지 않다. 그 근거의 하나는 중일전쟁에서 나타난 중국의 전략적 종심(한국전쟁 및 베트남전쟁의 쓰라린 경험을 가진 미국은 장기전을 기피하는 강한 경향이 있다)에 대해서 갖는 자신감이며 또 하나는 서태평양이라는 한정된 전역에서 봤을 때 미국에 대해 상대적 군사적 우위를 확립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정책은 중국의 제한적 핵억지 정책을 밑바탕부터 흔들 가능성이 있다(적어도 중국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 자신은 미사일방어체계의 군사적 효용성과 신뢰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중국내에도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군사전략으로는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는 것이 상식이며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즉 이론적 가능성으로서 미국이 중국의 제한된 핵전력을 모두 무력화시키는 규모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 중국은 알몸이 되어 제한적 핵억지력이 붕괴하게 된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종래의 핵전략(정책)의 근간에 관계되는 문제로서 사드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미가 사드도입을 철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중국으로서는 지금까지의 핵정책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가 철회하지 않는 경우 대응방법은 중러의 전략적 연대 강화, 사드를 무력화시키는 핵전력의 개발 촉진 등을 포함해 중국 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만큼 새로운 핵군비경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

 

북한의 핵선제타격 확언정책

종합적 국력이 약한 북한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제한적 핵억지 정책이다. 그러나 북한은 미(한·일)의 선제공격이 긴박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핵에 의한 선제타격을 가한다는 것을 확언하고 있다(핵선제타격은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함). 북한이 핵선제 타격에 돌입하는 경우 다음 순간 미국의 핵을 포함한 전면공격으로 북한의 전국토가 잿더미가 되고, 북한의 국가로서의 존속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북한의 핵선제 타격 정책은 언뜻 보면 ‘보복’을 본질로 하는 억지력의 범주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면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것은 미·한이 선제공격의 전략을 북한에 들이밀고 있는(매년 한미연합군사훈련 때 ‘예행연습’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엄중한 현실이다. 가령 2015년 8월 위기는 한미가 구실을 만들어서(38도선 부근에서 한국군 병사의 지뢰 부상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북한의 포격이 있었다고 한국 전방부대가 판단하고 반격을 가한 것) 선제공격을 감행하려고 한 일촉즉발의 사태였다(북한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대응한 것이 틀림없다). 더욱이 한미는 8월위기의 계기가 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작전의 초동단계에서 북한지도부와 북한의 핵전력을 무력하게 만들 계획을 일부러 공언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긴박한 한미의 침략전쟁 위협을 막으려면 보통의 억지력 이론(정책)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북한지도부가 판단하였다 하더라도 하등 이상하지 않다. 북한지도부는 ‘어떤 일을 저지를지 알 수없는 예측불가능한 북한’이라는 한미에서 널리 공유되고 있는 북한관을 역이용해서 언뜻 보면 자살행위와 같은 핵선제타격 정책을 내세운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8월 위기를 넘긴 후 황병서 및 김정은의 발언은 핵선제타격을 구성요소로 하는 북한의 제한적 핵억지 정책의 유효성을 스스로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 전략적으로 견지할 것을 확언하고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변경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생각하는데서 이젠 도저히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오바마 정권의 핵정책이 갖는 위험성

일본 안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선제불사용 발언을 무턱대고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런 평가태도는 핵선제불사용에 반발하는 아베수상이나 외무성을 비판하는데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미국의 핵전략의 본질에 근거하지 않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전형적 태도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성을 조금이나마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한 그 점에 한해서) 오바마의 착상(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은 북한을 적대시하고 그로써 북한이 극도로 경계심을 갖고 받아칠 태세를 갖추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에 못지않은 강경한 대북한 정책을 계속해 왔다. 이런 오바마의 대북한 강경정책은 핵선제불사용이 일시적으로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김정은 정권이 핵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 노선을 전략으로 삼은 것은 오바마 정권의 이런 대북 적대정책에 최대 원인이 있다. 그리고 오바마 정권이 미사일 방어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것은 러시아 그리고 지금은 중국의 경계심을 높여서 핵군비경쟁 재발의 방아쇠를 당기려 하고 있다. 핵 없는 세상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오바마에게 기대를 품고서 히로시마를 방문한 오바마한테 핵폐기의 성의를 확인하려고 한 일본 국내의 여론 상황은 절망적일 만큼 안이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극히 모호한 핵인식에서 깨어나야

나는 히로시마에서 업무를 본 6년 동안 내내 극히 애매한 일본인의 핵 인식을 계속 고민했다. 히로시마에는 일본인의 애매한 핵인식을 바로잡을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히로시마는 일본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1960년대 오에 겐자부로가 쓴 『히로시마 노트』(책)에서 이상적으로 그려진 ‘히로시마’가 지금까지도 ‘현실의 히로시마’라고 멋대로 믿어버리고 있다. 그러나 착각이다. 현실의 히로시마는 ‘비핵 3원칙’과 ‘핵우산’의 절대적 모순에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만큼의 인식과 용기를 갖고 있지 못하며,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오로지 환영할 뿐인, 일본의 다른 대도시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곳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번 오바마의 ‘핵선제불사용’이라는 발언을 둘러싸고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도, 요컨대 지금까지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나로서는 적어도 이상 소개한 핵억지력에 관한 기본적 논점을 기초로 일본인의 핵인식을 밑바닥부터 재검토하는 논의가 있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역시 그림의 떡일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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