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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트럼프의 억지가 부른 비극... 4천여 한국인이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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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억지가 부른 비극... 4천여 한국인이 괴롭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조치는 불법... 한미소파 독소조항 개정해야

박기학(pgh1974) 등록 2020.05.01 13:56수정 2020.05.01 17:1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7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악수하고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4000여 명에 이르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이 미국 정부에 의해 무급휴직 상태가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됐다.

이번 무급휴직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수 천 명의 한국 노동자들이 미국의 무급휴직처사로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또 신분 불안에 따른 이들의 정신적인 압박감이 얼마나 클 것인가.

일부에서는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방위비분담 협상을 빨리 타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방위비분담 협상이 미뤄지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 총주둔경비(약 35억달러)를 뽑아내고 더 나아가 한국방어와 무관한 역외작전비용까지 부담시키려는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서 전적으로 비롯된 것이지, 한국의 책임이 아니다. 방위비분담 협상 지연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닌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이 갖는 불법부당성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은 국제법 위반 행위

 

 

=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3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자에 대한 무급휴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2020.3.20 ⓒ 연합뉴스

 

 

 

주한미군은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킨 이유가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만료되었고' 그로인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인건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작년 12월 31일에 만료되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지급할 인건비 분담금의 부족을 겪게 되었다."(주한미군 홈페이지에 있는"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무급휴직에 관해 자주하는 질문들"에서 인용)

하지만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만료와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미체결(체결지연)을 이유로 한국인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한미소파를 위반한 국제법 위반 행위다.

한미소파 제5조는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모든 경비를 미국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어디까지나 한미소파 제5조에 대한 한시적이고 임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미소파 제5조를 대체하는 협정이 아니다. 새로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미체결인 상태에서 한국인 노동자 임금지급의 법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 이에 미국이 11차 특별협정 미체결을 이유로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주지 않고 무급휴직시킨 것은 한미소파 제5조를 위반한 국제법 위반행위다.

특히 이번에 무급휴직를 당한 한국인 노동자 중에는 한국노무단(KSC) 소속 1500여 명의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노무단(2200여명)은 한미소파 제17조와는 별개로 한국노무단지위협정에 의해 규율된다. 이 지위협정에 따르면 한국노무단의 임금은 미국이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한국 노무단 소속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킨 것은 한국노무단지위협정 위반이다.

 

 

자금부족을 이유로 한 무급휴직은 근거도 명분도 없다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의 또 하나의 이유로 미국은 자금부족을 든다. 그러나 자금부족 주장 또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2020 회계연도(2019.10.1.~2020.9.31)의 주한미군의 운영유지비(인건비 제외)는 22억 달러(2조 670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운영유지예산은 4000여 명의 한국인 노동자의 연간 임금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주한미군이 자신의 예산을 한국인 노동자들의 인건비로 전용하더라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노동자(대략 8900여 명)의 연간 인건비는 약 5600억 원이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2018년 방위비분담금 연례집행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군사건설비)의 미집행 현금(우리 국고로 회수되어야 할 돈이다)만 2018년 12월 말 기준 3437억 원에 달한다. 3437억 원은 무급휴직 노동자 4000여 명의 연간 인건비(대략 2500억 원)를 충당하고도 남는다.

이번 미국의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조처는 그간의 관행에도 어긋난다. 방위비분담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 미국과 한국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지급해 온 것이 그간 관행이었다. 6차 특별협정은 2005년 6월 29일에 9차 특별협정은 2014년 4월 16일에 각각 국회비준동의를 받았다.

그렇지만 6차의 경우 1~3월까지는 미국이 자체예산으로, 4~6월까지는 한국이 국방예산에서 한국인 노동자 임금을 선지급했다. 9차의 경우에는 1~4월까지 미국이 자체예산을 전용하여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를 지급했다.

이번 11차 특별협정 협상 때도 한국정부는 협정 타결이 늦어지자 한미간에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에 대한 별도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한국이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이 거절했다. 이는 자금부족이나 방위비분담금 협상 미타결이 무급휴직의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은 한미소파 제17조 및 한국 노동법 위반

 

 

▲ 지난 3월 26일 2작전사령부 화생방대대 장병과 주한 미군 19지원사령부 물자지원여단 방역팀 장병이 서로 부대마크를 교환, 부착해주고 있다. 이날 2작전사령부 화생방대대와 미군 물자지원여단 방역팀 46명은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두류도서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방역·소독작업에 나섰다. ⓒ 연합뉴스/2작전사령부 제공

 

 

한미소파 제17조(노무조항)는 군사상의 필요가 아닌 한 한국의 노동법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군사상의 필요'란 '전쟁, 전쟁에 준하는 비상사태, 주한미군의 임무변경이나 자원제약'(합의의사록에 관한 양해사항, 제17조)을 뜻한다. 이번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조처는 군사상의 필요와는 무관하다. 이번 무급휴직은 군사상의 필요와 무관한데도 한국 노동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소파 노무조항을 위반한 불법이다.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통고한 것은 주한미군의 자체 인사규정의 '자금 부족' 관련 조항에 따른 것이라 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인사규정은 어디까지나 자체 내규일 뿐으로 한국 노동법(근로기준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 이에 주한미군의 인사규정을 적용한 무급휴직은 불법이고 원천 무효다.

휴직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휴업하는 기간 동안 평균임금의 백분의 칠십 이상을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46조를 위반한 것이다. 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체결되지 못한 것은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귀책사유가 아니므로 사업자(미국)는 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또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위반이기도 하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 관한 이행약정은 "주한미군 사령부는 … 한국인 근로자의 복지와 안녕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정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러한 고용이 미합중국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는 경우가 아닌 한 고용을 종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급휴직은 한국인 노동자의 복지와 안녕을 흔드는 것이고 사실상의 고용중단에 해당하기 때문에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에도 위배된다.

 


트럼프 정부는 당장 불법적인 무급휴직 철회해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은 국제법 위반 행위이고 우리 국내법을 어긴 불법이다. 무급휴직의 사유인 주한미군의 자금부족 주장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미국은 지금이라도 스스로 명분도, 근거도 없고 불법적인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정부도 트럼프 정부에 대해 무급휴직의 불법성을 항의하고 방위비분담 협상과 별개로 그 철회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4월 29일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특별법은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종료되고 다음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이 발효되지 않아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에"(특별법 3조) 적용되며 그 경우 고용보험법에 준해 1인 당 자기 임금의 60%를 지원받게 되어 있다.

이 특별법 제정으로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 카드를 이용해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횡포를 어느 정도 견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특별법은 공포한 뒤 3개월 뒤에 시행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고용노동부는 소급해서 생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무급휴직으로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인 노동자의 처지를 생각하면 법 시행과 함께 바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규정하지 못한 것은 특별법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다. 또 이 특별법은 새로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체결이 지연되는 특정한 상황에 국한해 적용되는 등의 한계가 뚜렷하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이 상시적인 해고나 감원 등의 위협을 받고 있고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고용 한국인 노동자들이 강제휴직이나 해고, 전직 등의 사유로 어느 때든지 부분적 또는 전면적 실업상태가 될 때 생계 및 재취업을 지원하는 일반적인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주둔군에 고용된 자국 국민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법이 이미 1950-60년대에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이른바 간접고용 형태로 전환해 한국인 노동자들을 주한미군의 각종 횡포와 부당한 처우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한미소파 독소조항 개정에 나서야

 

 

▲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열리는 2019년 11월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민중공동행동 회원들이 협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희훈

 

 
미국이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을 위협하며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강압해 온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키겠다'거나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협박을 해왔다. 이런 협박은 불평등한 한미관계에서 기본적으로 비롯되는 것이지만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권리 없는'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인 노동자의 무권리상태는 형편없는 근로조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1만 2천명에 달하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국내 동종업종 노동자 임금의 반값밖에 안 되는 저임금과 상시적인 고용불안(해고나 감원 위협), 형편없는 복지(가령 퇴직금을 매년 중간 정산해야 하고 퇴직연금제 적용도 못 받으며 전용식당도 없음)에 고통당하고 있다.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의 주장에 따르면 2017~2019년에만 400~500명이 부당하게 해고되었다. 이런 열악한 근로조건은 한국 노동법의 적용 특히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거나 부인하고 단체행동권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놓고 있는 한미소파 제17조(노무조항)의 독소조항에서 비롯된다. 

한미소파 17조3항은 주한미군의 '군사상 필요'를 명분으로 한국 노동법 적용을 제한하고 있다. 또 한미소파는 '고용주(주한미군)'에게 노동조합 설립 승인권을 부여하고 있다(합의의사록 17조 5항). 뿐만 아니라 한미소파는 "쟁의에 대한 한미합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또는 해결 절차의 진행 중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행동"에 대해 노동조합 승인 철회와 고용원 해고의 무소불위의 권한을 주고 있다(한미소파 17조 4항).

나아가 합동위원회의 분쟁 해결 전 쟁의를 금지하면서도 합동위원회 협의 종료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양해사항 17조 4항). 합동위원회가 합중국 군대의 군사작전을 심히 방해한다고 결정하는 경우에는 단체행동권을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한미소파 17조 4항).

이처럼 한미소파 제17조는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전면 제약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이는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우리 헌법과 노동조합법,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배하는 불법으로 사실상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전근대적인 노사관계를 강요하는 제도적 장치다.

미일소파에는 주일미군 일본인 노동자에 대한 일본 노동법의 적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독일보충협정(나토소파협정의 보충협정)을 보면 주독 외국군에 고용된 독일 노동자들은 독일 군대 내의 민간인근로자에 적용되는 독일노동법을 적용받는다고 돼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군사상의 필요에 의한 독일 노동법 제한규정이 없다. 

만약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세출기관 8900여명이고 비세출기관까지 합하면 1만2천명)이 고용주(주한미군)에 대해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면 감히 주한미군이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급휴직시키는 불법과 횡포를 저지를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이며 설사 무급휴직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분담 협상 때마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휴직을 압박하며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는 미국의 횡포를 방지하고, 평등한 한미관계로의 전환을 위해서 한미소파 제17조 노무조항을 전면 개정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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