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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한미 방위비분담금 '13%+α 인상'? 그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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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분담금 '13%+α 인상'? 그래선 안 된다

[주장] 근거도, 명분도 없는 방위비분담금 인상, 저지해야

박기학(pgh1974)

등록 2020.04.29 16:06수정 2020.04.29 16:06

 

 

▲ 한미 방위비 협상 속 캠프 험프리스 1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2020.4.1 ⓒ 연합뉴스

 

 

최근 한국 측이 미국 협상팀에 방위비분담금 총액 13% 인상안을 제시하고, 잠정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잠정합의안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앞서 트럼프는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일정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내가 거절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미 실무협상팀의 잠정합의안을 거절한 장본인이 바로 자신임을 확인한 것이다. 그와 함께 트럼프는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의 큰 비율(a big percentage)로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연합뉴스 2020년 4월 21일)고 말했다. 



2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언론에서 (분담금 인상률이) 13%라고 나왔지만 그것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정확한 인상률 수치를 떠나 한국 측의 제안을 미국이 거절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트럼프가 잠정합의안을 퇴짜 놓은 건 방위비분담금 40∼50억 달러(4.8∼6.1조 원) 요구를 기어이 관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방위비분담금 40∼50억 달러요구는 주한미군 총주둔비(약 35억 달러, 2019년 기준)를 한국한테 받아내고 나아가 한국 방어와 무관한 역외작전비용(세계패권전략 수행 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하라는 주장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부당한 요구인 것이다.

 

자신의 재선을 위한 업적으로 삼기 위해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강요하면서 미군 부대 한국인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도 서슴지 않는 트럼프의 횡포와 탐욕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잠정합의안 폐기와 협상 중단선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폐기가 그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근거도 명분도 없는 인상안

앞서 언론에서 나온 보도들을 기준으로, 약 '13% 인상'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는 한미 잠정합의안을 비판하고자 한다. 방위비분담금 13% 인상안은 어떤 근거도 명분도 없다. 방위비분담금 인상률은 8차 및 9차 특별협정의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0차 특별협정 때는 국방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했다. 6차 때는 주한미군 규모 변동이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안인 13% 인상안은 소비자물가상승률(2018년 1.5%, 2019년 0.4%), 국방비 증가율(2020년 7.4%), 주한미군 규모 변동 그 어떤 기준에 비춰서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인 8차(2009~2013)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인상률은 2.5%로 2007년의 물가상승률(2.5%)을 기준으로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9차(2014∼2018)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경우도 물가상승률이 기준이었다. 2014년 방위비분담금의 실제 인상률은 5.8%로 2012년 물가상승률 2.2%보다는 조금 높게 정해졌지만 물가상승률이 중요한 기준이었다. 

 

현 정부 때인 10차 방위비분담금 인상률(8.2%)은 국방비 증가율(2019년 8.2%)을 기준으로 했다. 2020년 국방비 증가율이 7.4%임을 감안하면 13% 잠정합의안은 국방비 증가율과도 무관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6차(2005∼2006)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의 첫 해 인상률은 주한미군 규모가 1만2500명 감축된 것을 감안해 마이너스 8.9%를 기록했다. 그런데 최근 주한미군 규모는 10년 넘게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한미군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11차 특별협정의 경우 방위비분담금은 인상되면 안 된다.  
 

역대 정부의 방위비분담금 인상률과 비교해도 13% 인상안은 굴욕적이다. 13% 인상안(금액으로는 1351억 원)은 역대 최악의 협상으로 평가받는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인상률 8.2%(787억 원)와 비교해서도 1.6배(금액으로는 1.7배)나 높다. 남북관계가 최악이었던 이명박 정권의 2.5%(185억 원) 인상이나 박근혜 정권의 5.8%(505억 원) 인상과 비교하더라도 인상률로는 2.2~5.2배, 인상액으로는 2.7~7.3배나 된다.
 

또 현재 2조 원의 방위비분담금이 미집행인 채로 남아있다. 주한미군 군사은행에 예금되어 있는 미집행현금이 3437억 원(2018.12), 불용액이 1250억 원(2009∼2019), 군사건설 및 군수지원 분야에서 미집행된 현물지원분이 9641억 원, 협정액보다 예산을 줄여 편성해서 생긴 감액누계분이 5570억 원으로 이를 합치면 1조9898억 원이다. 2조 원의 방위비분담금이면 2년 치 방위비분담금에 해당한다. 이는 방위비분담금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우리 국민이 불필요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019년 11월 개최된 방위비분담 협상 때 한국이 방위비분담 삭감을 제안했으며, 이에 반발해 미국 협상팀이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삭감 요구를 부인했지만, 만약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국 정부도 방위비분담금을 증액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13% 인상안을 제시했다면, 문재인 정부가 아무런 근거도 명분도 없이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올려주려는 것이나 다름 없다.
 

트럼프가 한미 실무협상팀의 잠정합의안인 방위비분담금 13% 인상안을 거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일부 보수언론에서 '13%+α가 불가피하다'는 미국 비위 맞추기식 보도를 내고 있다. 13% 잠정합의안 자체가 어떤 근거도 명분도 없는데 그보다 더 올려주어야 한다면 이는 강자(트럼프)가 원하면 거기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논리 말고는 없다.

 


온갖 비용 떠넘기는 미국

한미 실무협상팀의 잠정합의안을 폐기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부담이 여기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한미 정상회담(9.25)에서 향후 3년간(2020~2022년) 12조 원이 넘는 미국무기의 구매를 약속했다. 트럼프 정부의 방위비분담금 50억 달러 요구를 낮추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2020년 국방예산의 미국무기도입비는 무려 4조 원(33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의 장비정비비(수리 및 부속품구입)도 1조 원을 넘는다. 2020년 한 해에만 무기구입과 해외정비비로 무려 5조 원(41억 달러)이 미국에 지급된다.
 

또, 지난 2019년 9월 경향신문은 "정부가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환경오염 정화비용 분담 문제를 현행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체제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결론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향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미군기지의 정화비용을 상쇄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염자가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국제환경법의 원칙이다. 이 국제법 원칙에 따라 마땅히 주한미군기지 오염 정화비용은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
 

한국은 올 1월에 호르무즈해협에 전투병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2월 27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정경두 장관이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금을 제공할 것이다"고 발언한 것으로 나와 있다. KBS가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실린 정 장관의 발언 내용을 보도하자(3월 17일), 이는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로 수정되었다.
 

그렇지만 호르무즈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의 미국의 항행의 자유작전에 한국이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0년 국방예산 중 해외파병예산(다국적군 파견 및 PKO 예산)이 489억 원임을 감안하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대한 한국의 병력 파견이나 비용 부담도 수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할 수도 있다.
 

이처럼 무기도입이나 환경오염치유, 역외작전 참가 등의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에 더한다면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챙겨갈 수 있는 돈은 연간 40~50억 달러를 거뜬히 상회하고도 남을 것이다.   

 

 

국가재난 극복에 역행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잠정합의안 

방위비분담금 13%인상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극복 노력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자금 마련을 위해 이미 편성된 2020년 예산을 줄이고 그것도 모자라 빚(국채발행)을 내야할 상황이다. 정부는 긴급한 재난지원을 위해 1차(11조 7000억 원) 및 2차(14조 3000억 원) 추경안을 편성했고 3차 추경(9조 3000억 원 예상)도 예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16일 2차 추경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재원 마련의 일환으로 2020년 국방예산에서 9047억 원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재난지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예산을 삭감해야 할 비상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2020년 국방예산 증가율 7.4%의 두 배 가까이 방위비분담금을 올려주는 것은 우리 국민의 재난극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만약에 2020년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13% 올려주면 국방비는 1351억 원이, 20%를 올려주면 2078억 원이 추가적으로 늘어나야 되므로 2차 추경 재원마련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과 협정 폐기해야

트럼프 대통령의 끝없는 탐욕과 자기과시욕,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전횡과 강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올려주고 미국무기 추가 도입 비용, 호르무즈해협 전투병력 파견, 항행의 자유작전 참여 비용, 주한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 등의 부담을 지게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은 끝내 무급휴직으로 내몰렸다.
 

그러나 문제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13% 인상안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거절되었기 때문에, 미국 측은 더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수도 있다. 현재 한미 간 견해차가 수백억 원 수준이 아닌 최소 몇 천억 원대라고 한다(한겨레, 2020.4.4.). 우리 정부가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 기간 내내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이라는 모호한 말만 반복하면서 수세적인 자세로 일관한 결과라고 본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는 13% 잠정안을 폐기하고 협상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나아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을 폐기해야 한다.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국이 이를 반드시 체결해야 할 법적인 의무도 책임도 없다. 방위비분담은 한국이 미국에 베푸는 특혜일 뿐이다.
 

한국은 세계 6~7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로서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미국 자신의 안보 이익을 위한 것이다. 미국이 이 땅에 주둔하기 원한다면 기지사용료 등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맞다. 방위비분담 협상 중단과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폐기는 트럼프의 무도한 탐욕에서 우리의 주권과 재정을 지키는 길이다.
 

나아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가동,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관계 개선에도 더 이상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주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취해 나가야만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과 전횡을 거두어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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