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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우리 돈으로 선심쓰는 미군, 뻔뻔하다 (방위비분담금 무엇이 문제인가 ②)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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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 말 워싱턴에서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열립니다. 이번 협상은 지난 2008년부터 적용돼온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제8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이 올해로 종료되는데 따른 것으로 한국은 2008년 이후 연평균 8000억 원 가량의 방위비를 미측에 지불해 왔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에 지원된 방위비 분담금 이외에 직·간접비용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부담률이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높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습니다. 특히 올해 협상은 지난 3월 미국 연방정부의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조치) 발효 이후 진행되는 것이어서 한국의 분담률을 놓고 미국 측의 거센 인상압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방위비분담금 문제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평화·통일연구소 박기학 상임연구위원이 <오마이뉴스>에 이 문제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박 상임연구위원의 글을 모두 4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흔히 주한미군의 전력 덕택에 한국은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주한미군의 장비가치는 최대로 늘려 잡아서 92억 달러(권헌철, <주한미군의 경제적 가치>, 2011년)이며 원화로는 10조1936억 원(1달러 1108원 적용)이다. 

한국은 미군주둔비부담금으로 1991년부터 2011년까지 22년간 무려 10조4184억 원을 지불하였다. 미군주둔비부담금 지급액이 주한미군의 장비가치를 상회한다. 미군주둔비부담금을 전력강화에 투자했다면 자주적 방위력을 우리 힘으로 달성하고도 남았다는 이야기다. 미군주둔비부담금은 자주적 방위력을 갉아먹고 주한미군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가 된 것이다. 

자주적 방위력 건설 저해... 공짜 돈처럼 낭비되는 미군주둔비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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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평택시 안정리에 위치한 미군 K-6기지.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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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2013년 사이에 국방비는 7조4524억 원에서 34조6351억 원(일반회계)으로 4.6배 늘어난데 비해 미군주둔비부담금은 1073억 원(국방비의 1.4%)에서 8695억 원(국방비의 2.5%)으로 8.1배 상승하였다. 이는 주한미군주둔비 지원이 국방비의 증가를 완화시킨 요인이 아니라 국방비의 증가를 이끈 주요 요인의 하나임을 말해준다. 

2013년 미군주둔비부담금은 8695억 원(특별협정상의 액수)이다. 이 돈은 우리 군 병사 44만1498명의 전체 인건비 5985억 원(2013년 예산)의 약 1.45배에 해당되는 액수다. 즉 한 해 미군주둔비부담금이면 우리 군의 병사 월급을 무려 45%나 인상시킬 수 있다. 이는 주한미군주둔비지원이 병사들의 사기와 근무조건을 높이는데 저해요소임을 뜻한다. 

정부의 정보공개 제한 때문에 미군주둔비부담금(인건비, 군사건설비, 연합방위력증강사업비, 군수지원비 4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군사건설비의 자세한 사용내역을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미군주둔비부담금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령 1040만 달러짜리의 '미2사단 기념관' 이전(의정부에서 평택기지로 이전) 사업이나 캠프험프리기지 내 500만 달러짜리 '빵 및 반죽시설' 설치사업은 우리의 귀중한 혈세가 어떻게 허비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올해 4월에 발행한 보고서(제목: 동맹국의 미군 지원비와 미국의 비용에 관한 조사 보고서, 2013년 4월 15일)에서 위의 두 사례를 들어 미군주둔비부담금이 주한미군의 임무수행에 필요한 시설이 아닌 지엽적이고 불필요한 시설에 쓰이고 있다면서 미국 납세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이런 낭비적인 사업이 아닌 꼭 필요한 사업에 한국의 미군주둔비부담금을 써야한다고 지적하였다. 자국 납세자의 부담을 걱정하는 미 의회의 자세와 '미군주둔비부담금'은 미국 돈이라며 그 집행에 대해서 방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대조를 이룬다.

의정부의 미2사단본부에 있는 '미2사단 기념관'은 보통의 단독주택보다 조금 큰 단층 건물에다가 사진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주한미군의 임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이 '미2사단 기념관' 이전사업에 우리 국민의 귀중한 혈세를 지원한다는 것 자체가 불평등한 한·미 관계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 더욱이 부지가 무상으로 제공되는데 시설 건립에만 104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공짜 돈 한 번 써보자는 행태다. 5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들여 제빵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행태다. 

이런 낭비사례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에는 미군주둔비부담금으로 용산기지에 당시 평당 일반 건축비 300만 원의 세 배가 넘는 평당 1000만 원을 들여 미군아파트 두 동(2400만 달러)을 지어주었는데 바비큐 파티장, 농구장, 첨단보안시스템 등을 갖춘 초호화 아파트를 본 주한미군 34지원 단장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고 한다. (한겨레 2004. 7 .1) 

그런가하면 2003년에는 790만 달러를 들여 용산 고가 차도를 건설해 주었다. 당시 용산기지의 평택이전이 이미 예정되고 있던 때여서 우리 국민의 비판여론이 비등하였다. 하지만 미군은 '하루라도 편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이런 낭비를 강변하였는데 한국 돈을 공짜로 여기는 미군의 인식이 잘 드러나 있다. 

2006년 군사건설사업에는 550만 달러의 평택기지 내 종교시설과 취미·운동시설 건설, 또 550만 달러의 군산기지 내 교회시설 건축이 들어 있었는데 이 역시 주한미군의 임무수행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사업으로 우리 혈세가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짓밟히는 재정주권과 국회의 예산심의권

미군주둔비부담금(국방예산)의 다음 연도로의 이월률이 2007년~2011년 5년 간 매년 예산의 11~27%에 달한다. 액수로 따지면 820억 원에서 201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액수다. (국회예산정책처, <2013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2>, 2012. 10, 250쪽) 이는 군사건설사업들이 꼭 필요한 사업의 소요제기를 바탕으로 세워진 군사건설 계획 속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공돈'이라는 생각에서 이런저런 사업들을 즉흥적으로 계획하거나 군사건설비를 일단 무조건 확보해 놓고 보자는 사고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즉 이월의 구조적인 발생은 군사건설지원사업 (미군주둔비부담)이 방만하고 과도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군주둔비부담금의 대규모 이월이 연례적으로 발생하여 이의 시정을 국회에서 요구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0회계연도 국회예결위 예산 검토', '2010회계연도 국회 국방위 결산', '2012회계연도 국회 국방위 예산검토' 때 군사건설비의 이월문제의 시정을 요구하였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어 국회의 예결산 심의권이 무시되고 있다.

또 주한미군주둔비 부담 특별협정은 군사건설사업(현물사업) 미집행분의 다음 연도 이월을 보장해 줌으로써 우리의 재정 주권을 훼손하고 있다. 8차 특별협정(3조)과 그 부속합의서인 교환각서(8조)는 "만일, 연도 말에 미집행 (군사건설) 지원분이 발생하는 경우, 이 지원분은 다음 연도로 이월된다"라고 되어있다. 이는 명시이월과 사고이월의 경우에만 이월을 허용하는 국가재정법을 위배하고 예산의 기본원칙인 단연도 예산주의를 무시한 초법적인 조치로 우리의 재정주권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굴욕적인 협정이다. 

불법적으로 미2사단 이전사업에 전용되는 군사건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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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10월26일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서울국방부 청사에서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 LPP 개정안 등 3개 협정에 대해 서명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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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LPP(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상으로 자신이 부담하도록 되어있는 미2사단 이전사업에 미군주둔비부담금을 가져다 쓰기 위해 '군사건설비'의 50% 정도를 2002년부터 매년 축적해 왔으며 그 돈이 2008년 현재 1조 원이 넘는다. 그러나 이런 전용은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추진되는 미2사단 기지의 평택이전에 대해서는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LPP협정을 위배한 것으로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압력으로 한국정부는 이런 불법을 양해해 주었다. 우리 국민이 부담하지 않아도 될 미2사단 이전비용까지 부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대규모 군사건설비의 되풀이되는 이월은 미2사단의 평택 이전 일정이 계속 늦추어지면서 군사건설사업들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 국민은 확정된 군사건설 소요가 없는데도 돈(군사건설비)은 계속 미국한테 지불하는 굴욕적이고 일방적인 희생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한·미 합의 어기면서까지 자기 잇속 차리는 미국 

주한미군은 미군주둔비부담금이 마치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듯이 말하기도 한다. 우리 국방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재정지원은 우리나라의 장비·용역·건설에 대한 수요와 근로자의 고용을 창출하여 내수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한국국방부, <2012국방백서>, 67쪽) 그러나 미군주둔비부담금은 소모성 경비이기 때문에 이를 내수증진이나 지역경제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아전인수식 논리다. 

가령 미군 항공기정비(군수지원사업의 하나)의 경우 대한항공이나 한국항공(KAI)에서 실시하는데 인건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리정비 과정에서 핵심부품 등은 해당 (외국)제작사에서 보내오는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군 항공기정비를 통해서 기술이전이나 부품생산과 같은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만약 이런 단순 작업에 쓰이는 돈을 국내의 고부가가치산업이나 사회복지에 돌린다면 상당한 고용확대 및 기술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사례는 주한미군이 한·미합의를 어겨가면서까지 미국 업체에 용역을 맡김으로써 자기 잇속을 차리는데도 주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군수지원사업은 '한·미간 군수분야 시행합의서'에 의해 한국 업체가 맡게 되어있다. 그런데 전쟁예비물자(WRM)정비—청주, 대구, 광주, 김해, 수원 비행장 등 주한미군 공동운영기지(COB)에 저장된 미군 증원군용 전쟁예비물자를 한국의 용역업체가 정비해 주고 그 용역비를 미군주둔비부담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가리킨다—를 록히드마틴의 자회사인 PAE Korea가 맡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업체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처리한 전쟁예비물자 정비는 406억 원에 이른다. 우리 돈을 가지고 한국에 선심 쓰듯이 말하는 주한미군의 태도도 뻔뻔하지만, 한·미 합의를 어기고 자국 업체의 이익을 보장하는 주한미군의 태도는 오만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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