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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제주해군기지 안전성 놓고 도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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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안전성 놓고 도박하지 마라

[주장] 설계변경 불가 고수한 총리실... 15만톤 크루즈 안전하게 드나들지 의문

12.10.22 14:18l최종 업데이트 12.10.22 14:18l 고영대
 
 
올해 초 국무총리실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산하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 소위원회의 권고로 산하에 '크루즈선박 입·출항 기술검증위원회'(2012. 1. 26~2. 14)를 구성, 운영한 바 있다.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에 15만 톤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안전하게 입·출항 및 접·이안하기 어렵다는 제주도 지자체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개선 방안을 마련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었다.

그러나 기술검증위는 그 구성과 운영,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파행을 면치 못했다. 당시 일부 언론이 총리실의 한 차관급 인사가 보고서 채택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하는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최근 기술검증위 회의록이 공개되어 이러한 기술검증위 관련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당시 일부 기술검증위원들은 15만 톤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과 접·이안을 위해 선회장 확대와 항로 변경, 이에 따른 설계변경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총리실은 "설계변경이 일어나지 않는 … 대안"(4차 회의록)을 요구하며 선회장 확대 의견을 묵살하였다.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 중단을 막으려는 해군의 의도에 맞게 기술검증위 보고서가 채택되도록 노골적으로 위원들을 압박한 것이다.

또한 일부 위원들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에서 새로운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풍압 면적 등을 실제보다 작게 입력해 나온 해군의 1차 시뮬레이션(2009. 3~6)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리실은 새로운 시뮬레이션 수행도 가로막았다. 총리실은 해군의 일방적인 과업지시에 따라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이 수행한 2차 시뮬레이션(2011. 12~2012. 2) 결과를 기술검증위 보고서가 채택(2012. 2. 14)되기 전에 기술검증위 회의에 보고까지 하고도 대외적으로는 2012년 2월 23일자로 2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하는 얕은수를 썼다. 해군의 2차 시뮬레이션이 마치 기술검증위 보고서를 반영해 수행한 것인 양 농간을 부린 것이다.

그런데 총리실은 이 같은 국민 농단 행위가 명백한 사실로 밝혀진 뒤에도 이를 반성, 사과하기는커녕 또다시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 하고 있다. 총리실은 자신들에게 쏠리고 있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서 두 차례(2012. 10. 11~12)나 보도자료를 내어 기술검증위 운영에 개입하지도, 내용을 조작하지도 않았다며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실은 정녕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가!

총리실의 활약(?)에 힘입어 현재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는 설계변경 없이 현 선회장 크기 그대로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에 15만 톤 크루즈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과 접·이안을 할 수 있으려면 현 선회장(지름 520m)을 확대해야 한다. 현 선회장은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크게 미달하여 15만 톤 크루즈선박이 접·이안할 때 수역 시설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해군은 처음부터 선회장을 항공모함과 8만 톤 크루즈선박에만 맞춰 설계하였다(기본설계 보고서 411쪽). 항공모함(길이 345m) 선회장은 '국방·군사시설기준'에 따라 지름이 517.5m(345m×1.5), 8만톤 크루즈선박(길이 260m) 선회장은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따라 지름이 520m(260m×2)다. 반면 15만톤 크루즈선박(길이 345m)에 필요한 선회장 지름은 690m(345m×2)이나 해군은 설계 단계부터 15만 톤 크루즈선박을 배제하여 안전문제를 자초하였다. 또한 급격하게 굽어진 항로(교각 77도)를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교각 30도)에 맞춰 완만하게 펴줘야 한다. 현 항로에서는 15만 톤 크루즈선박이 입·출항시 항로를 이탈하거나 남·동방파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총리실과 해군은 항로 변경은 받아들였지만 선회장 확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회장 확대에 따른 설계변경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예산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는 총리실과 해군의 독단이 안전 문제를 뒷전으로 내친 것이다.

새로운 시뮬레이션 수행과 관련해서도 총리실은 계속 제주도의 양보를 종용해 왔다. 이에 제주도는 새로운 시뮬레이션 수행을 포기하고 총리실 요구대로 해군의 2차 시뮬레이션을 재현하는 것에 합의하고, 다만 여기에 빠져 있는 두 가지 접·이안 시나리오(최고 난이도)에 대해서라도 추가 검증해 볼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조차 거부하고 있다. 선회장을 그대로 둔 조건에서는 이 두 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낙관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듯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는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선회장 때문에 15만 톤 크루즈선박이 부두나 방파제와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런데 설령 선회장을 확대하려고 해도 지형적인 제약으로 불가능하다. 동쪽으로는 강정천, 서쪽으로는 강정항, 남쪽으로는 연산호 군락지와 방파제 공사를 난공사로 만드는 -30m 이상의 깊은 수심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변경 항로(교각 30도)는 지형적, 법적 제약으로 항로로 기능하기 어렵다. 15만톤 크루즈선박이나 항공모함이 안전하게 통항하기 위해서 -15m의 수심(기본계획 보고서 18쪽)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변경 항로는 - 10m의 저수심대를 지나게 되어 15만톤 크루즈선박이나 항공모함은 물론 해군의 대형 수송함(-13m)이나 대형함(-10m)조차 안전하게 통항하기 어렵다.

따라서 -15m의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준설 및 암굴착이 필요하다. 그러나 변경 항로가 천연기념물(421호) 보존 지역이나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 지역 등을 관통하고 있어 준설 및 암굴착은 필연적으로 주변 생태·환경·문화재를 훼손하며, 관련 법규를 위배하게 된다. 이에 해군도 이 변경항로(교각 30도)로 설계할 수 없었던 것이다(기본계획 보고서 402쪽). 그런데도 총리실과 해군이 이 변경항로를 고집한다면 지형적 제약 조건을 무시하고 법 위반을 감수하겠다는 만용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는 선회장, 항로 등 주요 수역 시설들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심각한 안전 문제를 안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항)는 마땅히 백지화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끝내 항을 건설한다면, 사소한 기상 악화에도 선박의 안전을 운에 맡기는 도박을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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