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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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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논쟁]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옳은가?

등록 : 2011.11.29 20:08 수정 : 2011.11.29 20:08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제2창군의 자세로 군의 상부지휘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로,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공청회를 열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은 현재 ‘합참의장-작전사령관’으로 돼 있는 작전지휘구조를 ‘합참의장-3군 참모총장’으로 개편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그동안 군수·교육훈련·인사 등의 권한만 갖고 있던 참모총장에게 작전지휘권을 부여하여, 군의 신속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결국은 3군 참모총장이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권력집중이 심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찬반 양쪽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비효율적 지휘구조가 전투력 약화시킨다

 
역사적·세계적 흐름으로 볼 때
3군 합동성 강화는 필수적이다
“한 발은 용산, 다른 발은 계룡대”
이제 이런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선진국들은 지상군과 해군, 공군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지상군은 육지에서, 해군은 바다에서, 공군은 하늘에서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이 최상의 전투력을 가져온다는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 그러한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1982년 영국은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전에서 최신예 구축함이 격침되고 장병 452명, 항공기 25대, 함정 13척을 잃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해군이 주도한 작전에 공군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영국은 국방참모총장제를 신설하는 등 3군의 합동성 강화에 중점을 두는 조처를 단행했다.
 
1980년 미국의 주이란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에서는 해병대 헬기와 공군 수송기가 사막 한가운데서 충돌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1984년 그레나다 침공작전에서는 해군 항모에서 육군 헬기의 착륙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 미국 의회는 골드워터-니컬스법을 제정하여 3군의 합동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1991년의 걸프전과 2003년의 이라크전은 합동성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작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강화하고 군의 대비태세를 재점검하는 기회를 주었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휴전선 일대에는 장사정포, 바다에서는 잠수함을 증강하는 한편, 후방 침투를 위한 특수전부대를 20만명으로 증강하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양해군과 우주항공군을 꿈꾸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매달려 있었다.
 
1970년대 이후부터 천문학적인 국방비가 투입되었고 수차례의 국방개혁이 추진되었으나 북한의 도발에 무기력했던 근본적 원인은 비효율적 지휘구조에 있다.
 
현재의 지휘구조는 군령(작전지휘)과 군정(작전지원)이 분리된 이원화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합참의장이 각 군 작전사령관을 작전지휘하는 권한을 가지나, 작전에 필요한 지원(군수·교육훈련·인사 등)에 관한 권한은 각 군 참모총장이 가진다. 즉, 각 군의 최고 우두머리인 참모총장이 자기 휘하의 병력을 작전지휘하지 않는다. 동해안에 잠수정이 침투할 경우 해군 작전사령관은 합참의장과 해군 참모총장 사이에서 누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가? 현 지휘구조에서는 육군인 합참의장의 작전지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인사권을 가진 직속상관인 해군 참모총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 발은 용산(합참), 다른 발은 계룡대(총장)”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제 이러한 모순을 해소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군 상부구조 개편이 통합군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합군이란 단일 지휘관이 군정과 군령 기능을 통합 행사하며, 총참모장 또는 총사령관이 육해공군을 통합 운용하는 체제이다. 새로운 군 상부구조에서는 합참의장 예하의 직속부대가 창설돼, 이를 합참의장이 지휘하게 된다. 나머지 일반 전투부대들에 대해선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는 각 군 참모총장이 실질적인 군정과 군령을 행사하도록 되어있다. 일부에서는 합참의장이 일반 전투부대까지 군령·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것은 현실에선 불가능에 가까운 ‘기우’다. 또한 이것을 통합군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통합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활용해서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불순한 의도일 것이다. 상부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 군의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며,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비용으로 돌아가게 된다.
 
군정과 군령 이원화로 인해 생겨난 불필요한 조직을 과감히 도려내고 전투력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잠수함 및 특수전부대 등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려면 권한과 책임이 단일화된 지휘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제2의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상부구조 개편은 필수적이다.
 
해·공군 예비역 장성들은 자군 이기주의에 집착하여 20년 전의 구태의연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상부구조 개편작업은 한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있다. 자군 이기주의와 당리당략을 떠나 굳건한 안보태세 유지를 위해 하루빨리 상부구조 개편이 추진되어야 한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학과 교수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권력집중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역대 어느 군인도 누리지 못한
무소불위 권한을 한 지휘관에게
집중시키는 통합군제 도입은
군에 대한 문민통제 무너뜨린다
 
군은 반드시 국민과 정치(정부와 국회)에 의해 문민통제되어야 한다. 이는 군 존립의 대전제다. 지난 30년간의 군부독재가 말해주듯이 무력수단을 독점하고 있는 군이 자신의 집단이익을 위해 문민통제를 벗어나 그 총구를 국민과 정치로 돌렸을 때 국민의 안위와 민주주의가 결딴나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주의 국가는 예외 없이 문민통제 장치(법과 제도)를 두어 군을 안팎으로 견제하고 있다. 핵심은 한 지휘관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 쿠데타 가능성을 줄이고 민주주의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90년 이전에는 각 군 참모총장이 군정권(양병)과 군령권(용병)을 통합 행사하되 3군이 나눠 행사하도록 했으며(3군 병립제), 그 이후에는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행사하고 3군 참모총장이 군정권을 나눠 행사하며(합동군제) 상호 견제하도록 해왔다.
 
그런데 국방부는 합참의장이 군령권은 물론 대부분의 군정권까지 함께 행사하고 3군 참모총장을 지휘하는 이른바 통합군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역대 어느 군인도 누리지 못한 막강한 권한을 단일 지휘관에게 집중시키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합동군제라고 강변하나 단일 지휘관이 3군 참모총장을 지휘하고 군령권과 군정권을 통합 행사하는 합동군제는 그 어느 나라에도 없다.
 
이렇듯 군사에 관한 거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지휘관의 출현은 군 내부에서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군 밖으로도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군통수권을 위협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됨으로써 문민통제를 무너뜨리고 1987년 6월항쟁 이후 더디게나마 성장해온 민주주의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키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좌지우지하며 자국 최초의 이슬람 정권을 무너뜨리는 등 잦은 쿠데타로 국정을 농단해온 터키 군부, 지금 이 시간에도 무바라크 퇴진 이후 자국의 민주화를 가로막고 있는 이집트 군부, 잦은 쿠데타로 역시 자국의 민주화를 가로막아온 타이 군부 등 통합군제를 채택한 몇 안 되는 나라 대부분이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으로만 볼 수 없다.
 
국방부는 통합군제의 도입 명분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2015년 12월)에 대비하고 우리 군을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데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거짓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이미 2009년 10월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당시에는 2012년 4월) 후에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승인하였으며, 국방부도 2010년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재차 확인한 바 있다. 현재의 합동군제로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음을 한·미 국방장관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방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비해 통합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을 바꾸는 것은 군의 생명인 지휘구조를 놓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매우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군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미 국방장관의 평가는 한국군이 전투형 군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군은 예나 지금이나 전투형 군대가 아닌 적이 없었다. 다만 한국전쟁 이래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행사하고 한-미 연합방위를 미군이 주도해온 탓에 한국군의 작전 기획·수행 능력이 미군에 상대적으로 뒤져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통합군제 도입 명분으로 내세우기 위해 우리 군을 마치 전투도 못하는 바보 군대로 치부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통합군제를 밀어붙이는 육군과 이에 반대하는 해·공군 간에 골을 파 3군 합동성 강화를 저해하는 것이나, 지휘계선을 현행 ‘합참의장→작전사령관’에서 ‘합참의장→제1합참차장→3군 참모총장→3군 제1참모차장’으로 두 단계나 늘려 신속한 작전 대응을 지연시키는 것도 전투형 군대 육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제외한 역대 정권에서 군 안팎의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육군 주도로 통합군제 도입을 꾀했으나 그때마다 국민과 국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런데도 군의 생명이자 민주주의 발전을 좌우할 군 지휘구조를 충분히 공론화하지도 않은 채 정권 말기에 졸속으로 결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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