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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주권 존중' 일본에 요구?... 정작 주권은 한국에 없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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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링컨 기념관 방문차 동행하고 있다.
ⓒ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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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본이 직접 무력 공격을 받지 않은 경우도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 '무력공격∙존립위기사태법' 등 '안보법률 제∙개정안'이 지난 14일 일본각의에서 의결됐다. 이 제∙개정안이 일본 국회를 통과하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현실화된다.

일 집단자위권의 본질, 미군 패권적 군사행위 지원

교전권을 부인하고 전력 보유를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동북아시아 지역, 나아가 세계적으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이런 평화헌법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지역 및 세계의 평화는 물론 일본의 평화에도 위협이다. 

더욱이 일본이 행사하려고 하는 집단자위권은 유엔헌장 51조에서 전쟁불법화의 예외로서 극히 한정적으로만 인정되는 집단자위권과도 다르다. 유엔헌장 51조 상의 '집단자위권'은 "일국에 대한 공격행위가 곧 타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을 만큼 국가 상호간의 관계가 지리적으로나 기타 특수한 사정으로 긴밀한 경우 공동방위의 필요에서만 인정되"(이병조∙이중범, <국제법신강>, 일조각, 2003, 893쪽)는 권리다. 

아베 정부는 집단자위권 행사 사례로 '미국으로 향하는 탄도미사일 요격'이나 '호르무즈해협 기뢰제거' 등을 든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안전 및 독립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태로 (미일)동맹에 의한 집단방위(외부에 설정된 공동의 적에 대한 방위)의 수행일 뿐, 유엔헌장상 허용되는 '집단자위권'이 아니다.  

일본은 제3국에 대한 무력행사를 '집단자위권'으로 포장함으로써 미군의 패권적 군사행위에 대한 지원이라는 본질을 가리고 미군과의 공동군사작전 및 이를 통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정당화하려고 한다. 우리 국민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격렬히 반대해온 것은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를 당한 민족으로서 이런 일본의 침략적 의도를 다른 누구보다도 본능적으로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신미일방위협력지침' 및 '무력공격∙존립위기사태법'을 보면 일본은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이것이 일본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무력행사(집단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일본이 이를 존립위기사태로 간주하면 자위대를 한반도에 파병해 미군과 연합해 대북 무력행사를 하게 된다.

자위대가 미군과 연합군을 형성해 대북 무력행사를 하게 되면 그로부터 한반도에 대한 미일의 지배는 피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은 외교는 물론이고 한반도 통일 그리고 독도 등 영토문제,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만이 아니라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하고 독립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국은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과 무력행사를 막을 수 있을까? 

집단자위권은 강대국의 약소국 침략을 정당화하는 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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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승천기'를 휘날리며 훈련을 벌이고 있다.
ⓒ www.mod.go.jp/ms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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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제법적 측면에서 보자. 무력 공격을 받은 나라(한국)의 명시적인 동의는 집단자위권 발동의 법적 요건이다. 이 점에서 일본이 한국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지금까지 행사된 집단자위권의 사례를 보면 '주권의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냉전시대 13건을 포함해 그동안 행사된 집단자위권은 예외 없이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했다.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에 의한 집단자위권 행사는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단지 내전(베트남 등)이나 민중봉기(헝가리 등)에 불과한 데도 군대를 파견했다. 또 파병요청도 아예 없거나, 설사 있었다 해도 미군의 베트남 파병처럼 베트남인이 아닌 미국의 손에 의해 세워진 정부를 통한 파병 요청이어서 유효한 주권행사로 여겨질 수 없었다.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도 그 사례가 말해주듯 집단자위권의 오∙남용에 속한다. 각의를 통과한 안보법률 제∙개정안을 보면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 상황에는 '중요영향사태'(구미일방위협력지침의 '주변사태'의 개정)나 '국제평화공동대처사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국제연대평화안전활동'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사태들의 경우에는 일본의 집단자위권(무력행사)이 발동되지 않고 단지 군수지원 등에 그친다. 그럼에도 이 경우 자위대의 파견 시 '외국의 동의를 구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반면 집단자위권이 발동되는 사태인 '존립위기사태'에 대해서는 정작 '외국의 동의를 구한다'는 규정이 없다. 이 점에서도 일본이 행사하고자 하는 집단자위권은 유엔헌장에서 인정되는, 무력 공격을 당한 나라의 명시적 요청을 발동요건으로 하는 집단자위권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본 것만으로도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 때 타국의 주권을 존중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이 무망함을 알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 때 한반도 영역에서의 일본의 군사활동 시 '한국의 사전동의'를 구한다는 것을 지침에 명기해 주도록 미국과 일본에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미일은 이를 거부하고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이란,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표현으로 갈음했다. 가령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을 한국에 통보하는 것도 일본 입장에서는 '충분한 존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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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본 국내법인 '무력공격∙존립위기사태법'을 보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이란 표현도 사라지고 없다. 단지 '관계하는 외국(무력 공격을 당한 나라를 지칭)과의 협력을 긴밀히 한다'라고만 돼 있다. 이런 표현의 변화는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 시 공격받은 나라(한국)의 의사에 상관없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처럼 집단자위권 행사 시 외국(한국)이 아닌 자신의 의사를 우선시하려는 일본의 태도가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데도 불구하고 우리 외교부는 안보법률 제개정안이 각의 의결된 날 브리핑에서 "집단자위권 관련 여러 방위법제를 개정하는 데서 '일본 측의 집단자위권 행사 시 국제법 원칙에 따라 당사국 동의를 요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입장을 일본 측이 우리한테 설명해왔다"라고 하면서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무사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주권 존중'이라는 말이 갖는 함정 

그런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정작 우리에게는 일본에 존중해주도록 요구할만한 '주권'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넘겨줬기 때문에 우리의 군사주권은 미국에 있다. 일본이 한국에 '너희는 존중해줄 주권이 없지 않느냐'라고 반문해도 할 말이 없다.  

일본은 또 '북한은 한국의 사전 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유엔에 가입된 별개 국가로 한국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더욱이 신미일방위협력지침이나 각의 통과된 '무력공격∙존립위기사태법'을 보면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이 북한영역에 대해서 무력행사를 해도 한국으로서는 이를 막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반도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있는 길도 열려있다. 유엔군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것은 미국이므로 미국이 자위대를 유엔군의 자격으로 한국전쟁에 참전시킨다면 한국은 이를 막기가 어렵다.  

작전통제권 환수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시급하다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과 무력행사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이 군사주권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오만을 제어할 수 있고 국제법 위반행위가 있더라도 이를 추궁할 수 있다. 

또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파병과 무력행사를 남한 단독으로 막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남북공동대응이 필요하며 특히 남북 불가침선언과 남북 신뢰구축 및 군축 등을 담은 남북기본합의서를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 현 정전상태가 지속되는 한 이를 집단자위권 행사의 호기로 보는 일본의 자위대 한반도 파병 기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무력행사 기도는 명분을 가질 수 없고, 또 유엔군으로서의 일본 자위대의 참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남북 기본합의서의 이행과 함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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