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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일 군사협정, 내용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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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왜냐면] 한-일 군사협정, 내용도 문제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안이 공개됐다. 이를 중심으로 이 협정이 절차뿐 아니라 내용도 중대한 문제가 있음을 밝힌다.
 
첫째, 목적의 부당성이다. 정부의 설명에 따르면 협정 주요 목적이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일 정보공유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북 정보력은 “대부분의 전략·전술 신호정보와 전술 영상정보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고 전술레이더와 기타 특수 분야 정보도 거의 100%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국방부, <817로드맵>, 2006) 즉 대북 방어를 위해 일본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가 일본과 정보공조를 추구하는 것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주일 미대사관 전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미-일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해 북과 중국에 대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려는 미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일 정보공조는 필연적으로 남북간, 또 한·미·일 대 북·중·러의 군사적 대결 격화로 이어져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협한다.
 
둘째, 이 협정은 제공된 정보의 보호 절차와 방식을 규정한 절차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에 앞서 한국과 일본이 군사비밀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 즉 상위의 조약이 있어야 하나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일 정보보호협정은 미-일 안보조약과 상호방위원조협정이 그 법적 근거임을 밝히고 있다. 이 점에서 한-일 협정은 뿌리 없는 유령협정이다. 정부는 러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 등과 맺은 정보보호협정도 상위조약이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한-일 협정은 제3자에 대해서 적대성을 갖지 않는 단순 군사교류 차원의 정보보호협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일 협정은 북을 가상의 적으로 두고 평시만이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에도 적용되는, 사실상 군사동맹을 이행하는 시행법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한-일 사이에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규정한 상위 조약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의해 한국 정부가 행사하는 일본과의 정보공유와 그 과정에서의 주권행사는 이 협정이 규정하지 않은 권한을 자의적으로,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된다. 더욱이 이번 협정은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이고 주권의 제약에 해당하는 조약임에도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헌이다.
 
셋째, 우리가 제공한 대북 비밀정보를 일본이 군사대국화와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위해 자의로 해석하거나 부풀려도 이를 규제할 수 없다. 이 협정이 제공된 정보의 해석이나 판단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협정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준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을 구출하려면 한국의 공항이나 항만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남한이나 일본에 비해 군사력이 크게 뒤지는 북은 군사적 위협이 못 된다. 설사 한반도에 유사가 있다 하더라도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은 국적에 상관없이 보호된다. 자국민 구출이란, 평화헌법이라는 제약조건하에서 한반도에 일본 군대를 합법적으로 보내기 위한 표면상의 명분에 불과한 것인데,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이런 침략적 명분에 길을 터주는 것이다.
 
넷째, 이 협정은 우리 주권을 제약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굴욕적이기까지 하다. 이 협정은 개인보안허가를 얻은 정부 직원에 대해서만 제공된 정보에 접근을 한정하여 국회의원, 시민단체 등의 정보접근을 봉쇄하고 있다. 반면 한-오스트레일리아 협정은 정부 직원에 한정한다는 규정이 없고, 국회의원의 정보접근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 한-일 협정은 한-러 협정이나 한-오스트레일리아 협정과 달리 제공된 정보의 보호 절차와 그 실시 확인을 위한 각 당사자 보안대표의 방문을 ‘사전협의’(승인사항이 아니다)만으로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러 협정에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고 한-오스트레일리아 협정은 다른 당사자의 사전 서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형식논리상으로는 한·일 양국이 모두 이런 제약을 받으나 일본과 미국의 패권주의에 기여할 뿐인 한-일 정보공조를 위해 우리 스스로 주권침해나 굴욕을 자청해야 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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