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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군의 해상교통로 보호 법적 근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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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시론] 군의 해상교통로 보호 법적근거 없어 / 박기학

등록 : 2011.09.21 19:32 수정 : 2011.09.21 19:32
 

해군은 군비경쟁만 자초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그 임무를 해경에 맡기면 된다

 

해군은 남방해역 교통로 보호와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 제주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상교통로 보호가 평시 해군의 역할이라는 해군의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

 

우리 헌법(5조)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하는 것을 국군의 사명으로 규정한다. 국군조직법 3조 2항은 “해군은 상륙작전을 포함한 해상작전을…주임무”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해상작전의 지리적 범위나 목적은 상위법인 헌법의 ‘국토방위’에 의해서 제한된다. 우리 헌법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기 때문에 자위적이고 방어적인 해상작전만이 인정된다. 그런데 해상교통로는 우리나라 관할권 밖의 영역이며 자유 항해가 보장되는 공해 영역이다. 해상교통로 상에서 평시에 우리쪽 상선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없는데도 해상교통로에 대한 공격과 방어를 해군의 임무로 설정하고 그를 위한 군사태세를 갖춘다면 이는 우리 헌법의 평화주의적이고 자위적인 국토방위 원칙에 어긋난다.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규정한 헌법 2조 2항과 외무공무원법 5조 또한 해군의 평시 해상교통로 보호의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재외국민등록’ 관련법에 따르면, 해군의 주된 보호 대상이 될, 선원수첩을 가지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선박승조원이나 우리의 국적선 또는 화물은 ‘재외국민’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법적으로 보면 공해에서는 항해의 자유가 보장되고 우리 선박이나 군함 등이 타국의 군대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해상교통로 보호를 명분으로 한 평시 공해상의 해군활동은 필연적으로 중국, 일본, 북한 등의 대응조처를 불러와 무력분쟁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는 점에서 도리어 해군의 가장 중요한 ‘전쟁억제’ 역할에 역효과를 낸다.

 

또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우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가 유엔해양법협약에 의해 보장되므로 굳이 이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군대가 필요치 않다. 유엔해양법협약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가 문제될 경우 대향 또는 인접 국가 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군사력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고, 그럴 경우 협약 위반이 된다.

 

정부조직법 37조 3항은 “해양에서의 경찰 및 오염방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국토해양부 장관 소속으로 해양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해양경찰청은 해경의 주요업무로 ‘경비구난, 해상교통안전관리, 해상치안, 해양환경보전, 해양오염방제, 국제교류협력’(해경 홈페이지) 등을 들고 있다. 군은 아무리 군 작전과 관계되는 것이라도 직접적으로 치안유지를 담당하지 않는다. 군대 주변의 교통이나 범죄예방 등 활동도 경찰의 몫이다. 이는 바다라고 다르지 않다. 소말리아 해적 대응의 경우 비록 국회의 비준동의를 거친 것이기는 하나 본질상 ‘해상치안’ 문제라는 점에서 해군이 아닌 해경이 대처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효율적이다.

 

해경은 1000~5000t급의 대형 함정 29척을 포함하여 총 288척을 보유하는 등 원양에서도 작전할 수 있는 전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해경은 공해상에서의 해상대테러(해적) 활동을 위해 다국간 해상합동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해양사고의 경우 2010년 기준으로 86.4%가 연안해역에서 발생했고 공해 해양사고는 2.3%(37척)에 불과하며 공해 해양사고에 대해서도 해경이 대응하고 있다. 또 해경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해양권익 보호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총기로 공격받은 사례는 한건도 없다고 한다. 우리의 해상교통량이 집중돼 있는 동남아시아 항로의 경우 해적사건 건수가 전세계의 10%(2009년 45건)로 가장 낮으며 감소 추세에 있다. 그리고 우리 국적선 적취율(수입물량 기준)이 2009년 기준으로 20.8%에 불과해 설사 해군이 우리쪽 상선의 이동로를 보호한다고 해도 79% 정도의 외국선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별로 없다.

 

따라서 해상교통로 보호를 해군의 임무로 설정한다면 이는 군비 증강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변국과의 군비경쟁을 자초하는 등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해군은 법적 근거도 없는 해상교통로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고 그 임무를 해경에 맡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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